조원태 회장, 모친 이명희 전 이사장과 자택서 경영권 놓고 언쟁… 물건 파손되는 등 소동도
  • ▲ 조원태 회장이 최근 경영권을 놓고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언쟁을 벌였다. 사진은 화병 파편으로 파손된 유리창 모습.ⓒ제보자 제공
    ▲ 조원태 회장이 최근 경영권을 놓고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언쟁을 벌였다. 사진은 화병 파편으로 파손된 유리창 모습.ⓒ제보자 제공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이 모친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최근 경영권을 두고 대화하는 중 물건이 파손되는 등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에서는 최근 누나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며 ‘남매의 난’이 가시화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영권 다툼이 집안 내 감정싸움으로 번진 것이라고 재계는 본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 회장은 25일 오전 모친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드리기 위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이 전 이사장 자택을 찾았다.

    조 회장과 이 전 이사장은 식사를 마친 뒤 티타임을 하던 중 이른바 ‘남매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과 관련,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참여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원태, 모친과 ‘경영권’ 두고 언쟁… 조현아 지지에 ‘불만’인 듯

    조 회장은 이 전 이사장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을 지지하는 듯한 언론 보도에 불만을 제기했고, 이 전 이사장은 “공동 경영”이라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받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과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조 회장은 이 전 이사장과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했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거실에 있던 화병 등이 파손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조 회장은 손에, 이명희 전 이사장은 팔뚝에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이사장 자택에는 조 회장의 여동생 조현민(37) 한진칼 전무가 함께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조 회장과 이 전 이사장과의 ‘언쟁’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진그룹 경영참여 의사를 밝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이 전 이사장이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 ▲ 조원태 회장이 최근 경영권을 놓고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언쟁을 벌였다. 사진은 파손된 화병 잔해.ⓒ제보자 제공
    ▲ 조원태 회장이 최근 경영권을 놓고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언쟁을 벌였다. 사진은 파손된 화병 잔해.ⓒ제보자 제공
    재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경영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 모친이나 동생(조현민)과 협의한 후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재계에선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이명희 이사장이 막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남매의 난’으로 취임 7개월여 만에 경영권 위협을 받게 된 조 회장이 모친을 찾아갔고 대화 과정에서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경영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다”며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조현아 경영참여 막후엔 이명희 이사장 있을 것”

    조 전 부사장은 특히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며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이 언급한 ‘다양한 주주’ 중 한 명이 이 전 이사장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실제 내년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싸움’이 벌어지면 이 전 이사장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진칼 지분 현황을 보면, 이 전 이사장이 5.27%를 갖고 있으며, 조 회장, 조 전 부사장, 조현아 전무는 각각 6.46%, 6.43%, 6.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날 입장문과 관련 “개인적 입장 발표”라며 다른 가족 관여를 부인했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측은 본지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