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시장에 "참석 말라" 압력, 文과 '티타임'도 못하게 해… '송철호에 힘 실어주기' 분석
  •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2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생 학사모 수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긴 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2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졸업생 학사모 수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긴 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하명수사' 의혹 피해 당사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과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졸업식 당시 청와대가 축사를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해왔다고 폭로했다.

    "청와대가 지난해 2월12일 김 전 시장 측에 UNIST 졸업식 축사와 시상식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조선일보가 23일 보도했다. UNIST 졸업식은 울산시장선거를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축사와 시상식은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도맡아 했고, 김 전 시장은 단상 뒤쪽에 서 있다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김 전 시장은 "당시 현직 시장인 제가 대기하고 있다가 대통령이 도착하시면 잠깐 인사하겠다고 했는데 청와대 측에서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이어 "졸업식 마치고 대통령이 학교를 둘러보고 학생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청와대는 여기에도 시장의 참석을 원하지 않았다"며 "환송인사도, 대통령과의 짧은 티타임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UNIST는 설립 당시 울산시의 투자를 받았다. 매년 운영비도 지원받는다. 그래서 졸업식 때 울산시장이 축사를 하고 시상도 한다. 비슷한 시기 문 대통령이 부산(3월)·대구(3월)·제주(4월)를 방문했을 때는 서병수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난 바 있다. 울산에서만 유독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文 "어디 갈까 고심하다 UNIST 결정"

    문 대통령은 당시 UNIST 학생창업인들을 만나 "대통령 취임하고 난 이후에 졸업식을 축하하고 싶었는데, 어디를 갈까 고심하다 일단 지방의 학교로 가자고 정했고, 지방을 중·고등학교, 대학교 놓고 고심하다가 결국 울산의 UNIST 졸업식을 축하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지방 소재 대학 졸업식을 찾는 건 이례적인데, 처음부터 UNIST를 작정하고 방문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30년 친구인 송철호 시장이 출마선언을 한 상황에서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질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프레시안에서는 이를 놓고 '송철호 힘 실어주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축사에서 "노무현 정부는 많은 반대에도 울산 시민의 여망을 받아들여 울산과학기술대(울산과기원의 전신)를 설립했고, 제가 민주당 대표를 할 때 울산과기대를 과기원으로 승격시킬 수 있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김 전 시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UNIST 졸업식 관련 이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울산 방문 당시 대통령의 다른 일정 등으로 시간상 여력이 없었다"며 "특정인을 배제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