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종부세율, OECD 평균치의 1/3”… 학계 “최고 수준 양도세는 빼, 세금 총액은 평균치 이상”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종합부동산세율은 지금의 3배 정도 (인상)되는 것이 적절하다.”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 부동산공유기금을 만들자.”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정책 실패는 보수정권 탓이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쏟아낸 발언들이다. 박 시장의 ‘부동산 때리기’는 국회·언론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올리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유기금’을 만들자는 게 그의 핵심 주장이다. 학계 등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사실을 왜곡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양도세를 빼고 종부세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몰랐으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 주장했다면 교활한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박 시장은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이라는 주장도 했다. ‘거짓말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본지는 최근 부동산과 관련, 박 시장의 핵심 발언 3가지를 뽑아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①한국 종부세율 OECD 평균치의 3분의 1?… 세계 최고 수준 양도세는 '침묵'

    박 시장은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 종부세율은 OECD 평균치의 3분의 1"이라며 "(종부세율이) 지금의 3배 정도 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보유세로 분류되는 종부세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평균치보다 낮기 때문에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 시장의 주장이 사실을 왜곡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OECD 국가 중 세계 최고 수준인 양도세를 빼고 종부세율만 말하는 것이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가 (박 시장 말대로) 낮은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부동산 양도세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세로 빠져나가는 돈과 양도세로 빠져나가는 돈을 합치면 세계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을 냈다. 권 교수는 “우선 종부세라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보유세’라고 부른다”며 “보유세가 낮은 것은 맞으나 높은 양도세를 고려하지 않고 종부세를 올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서민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기껏 내 집 마련한 사람들에게 종부세를 3배나 올린다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 지적대로 다른 국가의 양도세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미국의 경우 1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을 판매할 때의 양도세는 최고 15%다. 영국은 1주택자에 대해 차익 규모와 상관없이 양도세를 면제한다. 뉴질랜드는 자본이득에 과세하지 않는 원칙에 따라 양도세 자체가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16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안에 따르면, 양도세 기본세율이 미국의 3배 이상으로 뛰었다. 1년 미만 보유 주택의 경우 40%에서 50%로 올랐고, 1년 이상 2년 이하의 경우 6~42%였으나 40% 정률제로 일괄 인상됐다. 결국 '보유세가 낮다'는 박 시장의 주장은 단편적 사실이지만, 전체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박 시장에 대해 "몰랐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았다면 교활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②부동산 투자수익이 불로소득?… "부동산공유제, 사회주의 정책"

    박 시장은 '토지공개념' 같은 주장을 하며 '부동산공유기금'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연구원과 서울연구원 등이 주최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부동산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부동산 거래를 통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환수해 미래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공유제를 강구하자"며 "국민공유제는 부동산 세입으로 가칭 ‘부동산공유기금’을 만들어 그 기금으로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종의 ‘토지공개념’으로 보인다"며 "시장주의를 규제하는 정책이자 사회주의 정책의 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위축시키는 정책으로 보이기 때문에 순기능적 가능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토지공개념은 개인이 소유하는 토지를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유재산권을 일부 규제하는 개념"이라며 "개인 사유지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유재산권 보호를 명시한 헌법 23조,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는 헌법 10조와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으로 얻은 수익을 '불로소득'이라고 표현하는 박 시장의 사고가 자본주의 사회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박 시장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③부동산 실패가 보수정권 탓이라고… "노무현-문재인 정권 때 부동산 폭등"

    박 시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탓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했다. 그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 10여 년 간 부동산을 중심으로 재산·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다"며 "이는 지난 보수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황당' 주장에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조차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장성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는 박 시장의 주장은 '헛소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장 간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부터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땅값을 잡는다고 했다"며 "그런데 부동산 안정이 이뤄지지 않자 최근에는 분양가상한제를 확대시행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장 간사는 "이런 부분만 봐도 전 정권 탓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현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30개월 이상 지났는데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도 말했다.

    경실련은 박 시장의 주장대로 보수정권에서 부동산 규제완화정책을 시행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투기과열이나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취·등록세 완화,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종부세 완화 등 규제완화정책을 대거 추진했다. 그러나 이것이 투기과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보금자리주택정책’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좌파정부인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했다. 연간 상승액만 따지면 노무현 정부에서 강남 아파트 값은 평당 451만원(25평 1억1000만원)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평당 814만원(25평 2억원)으로 노무현 정부보다 2배 가까이 빠르게 상승했다.

    "잊혀져가는 존재감 부각 노림수"… "시장 관두고 국토부 부동산국장이 맞을 듯"

    박 시장이 최근 부동산과 관련해 단편적 사실이나 거짓된 주장을 일삼는 것은 '대권주자'에서 잊혀져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정치권은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이 최근 부동산정책을 시행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한다고 들었다"며 "이는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부동산정책을 잘 펼칠 수 있다는 주장을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그런데 이렇게 되면 ‘같은 편끼리 왜 그러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난 정권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국민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주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차별화하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수도권 대학의 한 정치학 교수는 "박 시장은 (현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고, 정책실패를 과거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그런데 부동산 권한을 달라고 한다. 그렇게 부동산정책을 주무르고 싶다면 시장직을 내려놓고 국토부 부동산국장 같은 직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비꼬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이 말하는 부동산공유제는 마오쩌둥이나 김일성·스탈린이 했던 정책"이라며 "북한에서 시행했던 무상몰수·무상배분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이 주장한 것은 공산주의 체제로 가기 위한 약탈경제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