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경색 국면 속 대화 의지 밝힌 美… 비건 "평화 구축 과제 위해 최선 다하겠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6일, 2박 3일간의 방한기간 중 북한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를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가진 뒤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며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라고 밝혔다.

    그는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더 나은 길로 나아갈 능력이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혼자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북 비핵화 협상을 위한 대화가 경색 국면을 넘어 대결 양상으로 비화되는 상황에서 판문점 등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자는 의사를 전한 셈이다. 이에 북측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어 청와대로 이동해 문 대통령을 35분간 접견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당부와 함께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비건 대표의 노력을 평가했다"며 "대단히 진지한 분위기에서 접견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외교관 만남 급 높인 美… 한반도 정세 엄중 인식한 듯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화답했다.

    비건 대표는 전날 오후 방한했으며 문 대통령 접견은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만이다. 비건 대표는 최근 차관보에서 부장관으로 '급'이 격상됐지만 그동안 청와대 방문 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접견했다. 그만큼 이번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이며, 최근 미·북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최근 한반도 정세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EP-3E(아리스), RQ-4(글로벌호크),  P-3C(오라이언) 등 최신예 정찰기를 연일 우리 상공에 출격시키고 있다. 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3일 한 강연에서 "북한이 핵무기들을 이미 갖고 있고 지금은 ICBM을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이날 비건 대표는 접견 후 정의용 실장과 면담도 가졌다. 정 실장과 비건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협상 진전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중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과 관련한 논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비건 대표의 방한에 대해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북한과 미국에 떠맡긴 채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