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계류 중인 법안도 '통과'… 본회의 계류 중인 법안도 통과… 그래도 무효화 못해
  • ▲ 10일 홍남기(아래줄 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측 답변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예산안 상정에 대해 문희상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 10일 홍남기(아래줄 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측 답변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예산안 상정에 대해 문희상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0일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통과시킨 512조원이 넘는 초대형 예산안이 관련법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예산농단'이란 비판이 거세다. 법적 근거 없이 편성된 예산규모가 4조원에 달한다는 근거가 속속 드러나기 때문이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고 지적되는 대표적 예산 중 하나가 신설된 '소재부품장비경쟁력강화특별회계'다. 총 2조725억1100만원에 달하는 이 예산은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근거로 하지만, 현재 이 법률안은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당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였다는 뜻이다. 이 예산안은 당초 정부 편성 예산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항목으로, '4+1 협의체'가 내년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이다.

    법적 근거 없는 예산 4조 육박… 지출 못해

    뿐만 아니다. 관련 법률이 소관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예산도 있다. '기초연금 예산'(1조6813억원 증액)과 '장애인연금 예산'(664억원 증액)은 관련 법인 기초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장애인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사회서비스원 설립 예산'(120억5000만원 )과 '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예산'(9억5000만원 )은 각각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관련 법으로, 모두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관련 법에 근거하지 않은 예산이 모두 합쳐 4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법적 근거 없는 예산안은 유효할까? 전문가들은 관련 법이 없다고 해서 관련 예산안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예산안과 관련된 경비의 지출을 명하거나 인정하는 법률이 없다고 해서 예산안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위와 같은 법률이 없으면 예산이 성립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지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물론 법령 제정 및 개정을 통해 사후 보완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예산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4+1 협의체'에 참여한 군소정당들이 지역구 예산을 대거 챙겼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몰려 있는 호남지역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1000억원가량 늘었다. 정부 원안에는 각각 2조4250억원, 7조731억원이던 광주와 전북의 국비지원사업은 최종적으로 각각 1129억원과 5327억원씩 늘었다. 전남도에는 국비지원 규모가 4635억원 순증(純增)해 총 7조1896억원이 됐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심의·표결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할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헌재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것이 실질적 대처인지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헌재가 한국당의 청구를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 다음 절차가 마땅치 않다"며 "현실적으로 10일 통과된 예산안이 무효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수처법·선거법도 표결 강행 시 한국당 대책 없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당이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률안 처리에서도 무력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예측이 흘러나왔다. 표결을 강행할 경우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강규형 명지대학교 교수는 "이번 예산안 처리는 한마디로 날치기이자 국민 세금으로 표를 산 포퓰리즘 정권 최악의 모습"이라며 "이를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이 계속 무기력한 모습만 보인다면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