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기획단 "공천 논의 전혀 없다"… 지역정가에선 "세습" "대물림" 기정사실화
  • ▲ 문희상 국회의장. ⓒ박성원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 ⓒ박성원 기자
    지난 10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고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2020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아들 공천" "공천 대가"라고 외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문 의장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아들에게 자신의 지역구(경기 의정부갑)를 물려주기 위해 노골적으로 여당인 민주당 편을 든다는 항의였던 것. 한국당 의원들의 이 같은 야유는 문 의장이 아들의 공천을 위해 공정함을 저버렸다는 점을 꼬집는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현재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씨는 민주당 의정부갑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공천 관련해서는 정해진 게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정가에서는 "문 의장의 아들이 아버지 지역구를 그대로 물려받을 것"이라는 점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문 의장 아들은 물론 전국 어디서도 공천 논의 없어"

    민주당 총선기획단 대변인인 강훈식 의원은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문 의장 아들 공천 논란과 관련해 "총선기획단에서는 현재 전국 어디에서도 후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공천 논의는) 지금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빠졌는데 광진구에 누구를 공천하느냐고 묻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확인할 길도 없지만, 답변하기도 적절치 않다. 그건 한국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10일 본회의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에게 '아들 세습공천'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우리 의원들도 약간 실소하고 있다. 겉으로는 말을 못했지만 '왜 갑자기?' '무슨 말이지?'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실제로 그런 흐름이나 그런 게 있다면 (문 의장의 아들 공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겠는데, 아직 그런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석균 씨, 지역활동 많이 하고 행사도 많이 다녀"

    강 의원의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은 의정부 지역정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경기도의회 이영봉 민주당(의정부2)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내년 총선에서 의정부갑 지역에서 문석균 씨 말고는 문 의장을 대체할 후보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본인도 출마 의지가 강해, 변동사항이 없으면 이달 17일 예비후보로 등록할 것 같다"며 "다만, 지역에서 아직 총선 분위기가 뜨지는 않아서 (누가 공천받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정가 관계자는 "문석균 씨가 지역에서 활동도 많이 하고 행사도 많이 다닌다"며 "그 사람이 (민주당 후보) 하는 거 맞다. (문 의장이 불출마할 경우) 대체자가 없어서 세습, 대물림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며칠 전에도 문석균 씨가 시의원들과 당직자들을 다 모아놓고 행사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정부시와 민주당 의정부(갑·을)지역위원회는 9일 오전 의정부시청 시장실에서 '2019년 제3차 당정협의회'를 열고 각종 지역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함께 박창규 민주당 의정부갑지역위원장, 김민철 의정부을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석균 씨도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문석균 씨는 지난달 초 지역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공천 논란에 대해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대응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의장은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이미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