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패싱해 제1야당 지지 유권자 무시… 4월 정개특위서도 한국당 빼고 선거법 통과
  •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예산안 담당 당직자들과 4+1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 이 민주당 원내대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 ⓒ이종현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예산안 담당 당직자들과 4+1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 이 민주당 원내대표,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 ⓒ이종현 기자
    ‘여야 4+1 협의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4+1 협의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바른미래당 당권파 및 비교섭단체 3곳과 결성한 ‘비제도권’ 조직이다. 이들은 지난 4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512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혁’을 배제한 채 강행처리했다. 한국당과 변혁은 '근본도, 존재도 없는 4+1 협의체란 존재가 국회를 장악했다'며 격하게 반발하는 상황. 전문가들도 4+1 협의체를 두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신율 교수 “제1야당 무시, 유권자 3분의 1 무시한 것”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국회법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취지에는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예산안 처리의 경우 국회법상 ‘교섭단체들만 논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적 하자는 없지만, 전체 의석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제1야당을 배제하고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신 교수는 또 “대의민주주의에서 교섭단체(정당)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은 그 정당이 그만큼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면서 “ 512조원의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제1야당을 패싱했다는 것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무시한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야당을 지지하거나 범여권 정당들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소수의 의견도 제도에 투영해야 하는 게 대의민주주의다.이를 무시한다면 분명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했다. 

    ‘교섭단체 합의’ 지켜온 선거법 개정 관례도 깨질 위기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들이 오는 12일 임시국회에서 선거법‧공수처법마저 강행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선거법‧공수처법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본회의는 당초 오늘(11일)로 예정됐었다. 그런데 민주당 측은 “전날 예산안 처리 이후 너무 ‘강 대 강’ 구도로 흘러 격돌하는 것은 좋지 않겠다고 판단했다”며 복수의 언론을 통해 본회의 연기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본회의가 취소된 이날 여야 교섭단체 3당 회동은 없었고, 4+1 협의체는 여의도 모처에서 밀실 오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정치학 교수는 이번 사태를 두고 “여야 중 한 쪽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선거법과 같은 경우에는 그동안 교섭단체 협상을 통해서 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이런 관례마저 깨진다면 한국정치의 폐단,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협상과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각 정당의) 리더십이 부족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