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예산 확대… 6·25 70년 사업은 20억 삭감, 북한인권재단 운영비도 3억 삭감
  • ▲ 국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도 예산안 관련 토론을 진행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올라 항의 하고 있다. 이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장석에 나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도 예산안 관련 토론을 진행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의장석으로 올라 항의 하고 있다. 이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의장석에 나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여야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심의한 '수정 예산안'에 '동학농민운동 띄우기' 예산과 5·18 40주년 예산, 세월호 관련 예산이 곳곳에서 증액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한국당이 소외된 채 진행된 예산 심사에서 관련 예산이 끼워넣기 식으로 통과된 것이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4+1 협의체가 수정해 제출한 2020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본지가 11일 해당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수정 예산안에는 각종 '이데올로기성' 예산이 곳곳에 산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5·18 + 세월호 + 동학농민운동 = 245억원 

    행정안전부가 집행할 5·18 관련 사업은 모두 2배 이상 증액됐다. '광주시 5·18  40주년 기념사업 지원' 항목은 정부안이 25억원이었지만, 수정안에는 31억원 증액돼 56억원의 예산이 할당됐다. 기존 정부안보다 224%나 증가한 셈이다. 2020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5·18 40주년 광화문 문화제' 예산은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이 증가한 8억원이 배정됐다.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세월호 관련 예산은 100억원에 달했다. '세월호 인양 및 추모사업 지원'에 배정된 76억1300만원은 정부 원안을 유지했지만, 4·16재단에 투입되는 예산은 기존 정부안에서 2억원 증액된 20억3200만원이 책정됐다. 

    정부가 주도해 동학농민운동을 띄우는 데 사용하는 예산도 곳곳에 퍼져 있었다. 관련 예산은 85억원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하는 '동학농민운동정신 선양사업'에는 기존 정부안보다 10억원 감액된 81억5400만원이 배정됐지만, 당초 정부안에 없었던 '동학농민혁명 기념 유적조사연구'와 '고창 동학농민혁명 성지화 작업'이 추가돼 각각 2억원씩 새로 배정됐다. 

    반면 국가보훈처에 배정된 '6·25전쟁 70주년 사업'은 20억원이 삭감됐고, 북한인권재단 운영비용은 3억원이 삭감됐다.

    김재원 예결위장 "듣도 보도 못한 예산… 심의 참여도 못했다"

    각종 이데올로기 예산이 통과되는 동안 자유한국당은 예산안 심사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이자 자유한국당 정책위 의장인 김재원 의원은 11일 본지에 "듣도 보도 못한 예산"이라며 분개했다. 그는 "지난 11월30일 이후로 민주당이 예산안을 들고 4+1 협의체로 가는 바람에 예산안 심의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며 "예산안의 세부 증액이나 감액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전혀 모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월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심사 직전 개최한 '2020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 참석했던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진영논리 강화와 내년 총선 대비를 위한 정치예산이 끼워넣기로 통과됐다"며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예산으로 빚만 늘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양 교수는 "국회가 합의정신을 가지고 정부가 짜온 예산안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살림을 꾸리라는 것이 헌법의 취지"라며 "당리당략을 위해 제1야당을 배제하고 밀실합의를 통해 의결 의원수를 확보한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국민이 얼마나 소외될 수 있는가 보여준 사례"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