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는 정권이 직접 개입한 부정선거… 文이 알았다면 탄핵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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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헌법체제가 성립한 이후 우리나라 보수정당의 역사에서 가치와 철학을 전면에 내걸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한 정당은 하나도 없었다. 김영삼의 신한국당, 이회창의 한나라당,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의 새누리당, 그리고 황교안의 자유한국당까지 내려오는 계보가 모두 그렇다. 

    사정은 좌파정당 역시 다르지 않다. DJ의 새천년민주당에서 노무현의 열린우리당, 그리고 문재인의 민주당도. 모두 당 간판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연명해 나갔다. 정계개편이란 '될 사람' 중심의 이합집산이거나 의석 나누기에 불과했다. 

    산업화에 피로했기 때문일까. 민주화가 그만큼 지난한 과정이었기 때문일까. 1987년 이후 우리 정치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단물을 빨아먹는 데 급급했다. 유권자는 지역으로 갈라졌고, 패거리문화는 여의도를 탈출해 시민의 직장생활까지 지배했다. 정치논쟁은 산업화가 먼저냐, 민주화가 먼저냐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국가, 비전을 갖지 못한 시민은 자기 주머니를 채워줄 정치인을 찾아 투표했다. 유권자의 마음은 공허했다. 민주국가에서 투표란 '나'의 이익에 앞서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행위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빈 자리는 채워지는 법. '개인'을 화두에 놓고 대한민국의 비전을 선포한 정당이 한국정치사에 새롭게 등장했다. 가칭 '미래를 향한 전진 4.0'(이하 전진 4.0)이다.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발기인대회 현장은 1000여 명의 인파로 뜨거웠고, 열정으로 달아올랐다. 전진 4.0은 '진짜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우리의 사명과 약속'이라는 제목의 창당발기취지문에서 "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여명에서 벗어나 가장 확실하게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지키는 세력으로 창당발기를 한다"며 "개개인의 개성과 자아의 존중을 바탕으로 일상의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 새로운 정당운동의 중심에 이언주가 있다. 이미 좌파독재와 싸우는 '자유 전사' 이미지를 굳힌 40대 여성정치인 이언주는 '전사' 이미지가 싫지 않다고 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우리 내부에서 버려야 할 모든 대상과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싸워야 할 상대는 문재인 좌파정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오히려 강화된 집단주의·국가주의·관료주의가 개인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했고, 몸부림치는 개인은 새 정치를 갈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와대 권력이 연루된 '하대감'(하명수사·대출의혹·감찰무마) 게이트에 대해 "대단히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진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언주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 먼저 현 정국에 대한 얘기부터. 이른바 '하대감' 게이트 어떻게 보나.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부정선거. 국기문란, 권력남용, 권한남용이다. 이 비리의 몸통이 어디인가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하명수사의 경우 직접 개입한 사람이 수사의 수혜자인 송철호 시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 시장의 당선이 소원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미루어 봤을 때 이 의혹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들병원은 대선자금과 연결된다. 감찰 무마 의혹의 당사자인 백원우 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을 넘어서는 청와대 실세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 위에 누가 있는가. 친노·친문 핵심세력이 개입했을 거란 의심이 든다. 관건은 누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가의 문제. 만약 문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알았거나 묵시적으로 용인했다면 탄핵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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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조사는 어떻게 전망하나.

     "원내 구성으로 봤을 때 통과가 쉽지 않다. 민주당이 사활을 다해 막을 것. 결국 수사 진전 정도에 달렸다." 

    - 검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국정조사로 한계가 있다.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 특검이 나을 수 있지만, 지금은 검찰이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당 얘기로 넘어가겠다. 1일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울먹였는데.

     "예상보다 정말 많이 오셨다. 1000명이 넘었다. 발기인 모집도 사실 걱정했는데, 1000명 이상이 참여하셨고, 대회 현장에서만 300~400명이 서명했다. 30~40대도 많았다. 오신 분들이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분들의 표정과 태도에서 남다른 열정을 느꼈다. 오신 모든 분들이 저와 똑같은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 책임감이 커졌단 얘기겠다.

     "이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엄청난 책임감. 이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현실정치의 두꺼운 벽을 생각하면 두렵기도 했다."

    - 발기인대회에서 말한 '개인이 중심이 되는 나라'란 무슨 의미인가?
     
     "4.0 시대는 한마디로 개인의 고도화 시대다. 대한민국은 건국(1.0)~산업화(2.0)~민주화(3.0)의 시대를 거쳤다. 문제는 민주화 시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쪽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는 온데간데 없고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정치집단의 집권 욕망만 보인다. 산업화 세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자칭 민주화 세력에 의한 획일적 집단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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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국민이 선택한 것 아닌가. 

     "집단주의가 국민의 양심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은 정치적 반대파의 주장을 집단적으로 억압한다. 그들 마음대로 대세를 정하고 다른 주장을 하는 개인은 집단적으로 린치를 가한다. 인헌고 사태를 보라. 무오류의 환상에 빠진 전교조가 학생 개개인의 양심을 비틀고, 전교조에 세뇌당한 학생들이 세뇌를 거부한 학생들을 집단으로 따돌린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시민들은 민주시민으로서 양심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이건 진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면 뭔가.
     "집단독재 시대. 민주화가 아니라 집단독재다. 우리 국민은 1인독재만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민주화 세력이 집단적으로 벌이는 독재 시대다.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혼자 독재하는 게 아니다." 

     - 집단독재, 구체적으로.

     "말했듯이 교육현장에는 전교조 독재가 있다. 노동현장에선 민주노총 독재다. 시민사회에선 민변과 참여연대의 독재. 법원 내에선 우리법연구회의 독재까지. 그 집단들이 '무조건 선한 것'으로 브랜드화하고, 브랜드에 권위가 주어지면서 그들의 주장에 반하면 틀린 것이 돼버리는 비정상적 상황이다. 사회 곳곳에서 독재가 횡행하는 것. 이것은 국가를 잘못 이끌기도 하지만 먼저 개인의 자아를 파괴한다. 자아가 파괴된 개인은 마음껏 개성을 발휘할 수 없다."

    - 개인의 개성 중시... 다소 교과서적인 얘기로 들리는데.

     "개인의 시대가 왔다는 걸 다 알면서도 실천을 안 한다. 국가주의·집단주의·관료주의 때문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주52시간제가 대표적 사례다. 무조건 해야 한다. '나는 고용주와 별도로 합의하고 싶다. 그래서 일을 더 하고 싶다'고 해도 '안돼'라고 강요하는 게 지금 우리나라다. 이런 획일적 규율이 어디 있나. 국가가 내 삶을 책임진다고? 아니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개인의 개성이 보장될까.

     "권력을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 시민에 대한 서비스로, 국가권력의 위상을 낮춰야 한다. 갈수록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데 국가가 자꾸 나서려고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1인 회사, 벤처 창업, 1인 크리에이터와 각종 프리랜서 등 개인이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국가권력은 시민에 대한 봉사와 서비스에 충실한 수준으로 새로 설계돼야 한다. 이미 기업들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소비자 맞춤형, 수요자 중심형 시장으로 점점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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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당 등 보수정당 안에서 소신을 펼 수는 없나.

     "한국당의 계파갈등은 사람을 추종하는 민주화 시대 정치의 악습 그대로다. 물론 득표를 위해 일부 불가피하다곤 하지만, 한국당에 철학의 차이가 있나, 가치의 투쟁이 있나. 봉건적이다. 비박은 박근혜를 반대하는 건가? 안티 테제로, 그것도 특정 지도자에 대한 반대로 뭉친다고 해서 철학을 정립하기는 어렵다. 지금 한국당 안에서 국가의 미래 비전을 두고 치열하게 싸운다는 얘기, 듣지 못했다."

    - 선거국면에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는데.

     "정치지도자들이 가치가 없다. 이승만 대통령에겐 자유민주주의가 있었다. 건국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라는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어땠을까. 드디어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고, 권위주의 체제에서 벗어난 국민들이 정치적 자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공허했다. 민주화란 여러 정치적 사건의 귀결이었지 비전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그때부터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인과 정치지도자를 위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면 뿌듯하고 보람 있을까?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고 나서 투표하길 잘했다고 느낄까? 아니다. 왜? 국가의 비전을 위해 운동하고 투표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가 미워서 한 일에 불과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정치인들이 국가공동체의 비전으로 국민을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익만 남고 공의가 없어진 극단적인 모습이 조국사태다. 조국 전 장관을 그런데도 지지하는 것, 이익과 감정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치의 민낯이다."

    - 청산 대상으로 동시에 지목한 '86세력'과 '수구세력'은 어떻게 다른가.

     "86세력은 1980년대 운동권 세력이다. 이들은 맹목적 민족주의에 근거한 이상적 사회주의자들이다. 요즘엔 그저 권력 잡기에 급급한 패거리 집단에 불과할 뿐, 이들을 사회주의자라고 부르기에도 아까울 지경이다. 이런 86세력이 수구세력화하고 있다. 이미 시민의 일상에선 구시대적인 사회주의 사상과 민족주의 사상이 많이 쇠퇴했다. 정치권이 문제다.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해달라고 하면서 '민주화를 했으니 배지를 달라'고, 아직도 1980년대 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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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구세력에 대한 신당만의 투쟁전략이 있다면?

     "전진 4.0은 교육을 중시한다. 자율성에 바탕을 둔 교육혁명이 전략이다. 교육열에 불타는 학부모들마저 다수가 문재인 좌파정부를 지지한다. 모순이다. ‘혁신학교’가 무슨 혁신인가. 주입식 교육에 안주하는 기성 교육도 문제다. 문제해결능력이 높은 능동형 인재를 키워야 한다. 학부모와 소통하고 연대하겠다. 그래서 학부모 주권회복운동을 펼치겠다. 또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정당이 되겠다. 정치철학이 분명하고 행동하길 두려워하지 않는 곳곳의 지성을 영입해 신당의 투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다."

    - '안보4.0' 관련해선 기존 보수정당과 차별점이 없어 보이는데.

     "일부 보수진영 역시 통일에 대한 환상이 있다. 4.0 신당은 국민의 자유와 번영이 보장되지 않는 통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북한체제의 변화 없이 밀어붙이는 통일이 과연 자유와 번영일까. 일국양제가 허구란 것은 홍콩이 증명한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봉건세습체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 '군고구마' 같은 자본주의, '사이다' 같은 민주주의 등 친근한 수식어가 눈에 들어온다.

     "전진 4.0이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냉정한 파충류 자본주의’가 아니다. 경쟁에서 낙오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경험의 축적이다.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할 것이다. 2030과 그 이전 세대는 체득한 것이 다르다. 보수정당의 문제로 지적돼 왔던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부족. 신당은 세대별 감성에 부합하는 언어와 도구로 소통해 나가려고 한다."

    - 내년 총선, 신당의 목표와 전략이 궁금하다.

     "전진 4.0은 아직 벤처에 불과하다. 하지만 애플도 벤처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크기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하드웨어적인 것보다 가치와 철학, 아젠다가 가진 호소력이 중요하다. 출마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되 PK까지 확대될 수 있으리라 본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전국 시·도당을 모두 창당할 계획이다."

    - 주로 젊은 층을 영입할 것인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싶은 열정'이 우리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다. 그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 현역 의원도 합류하나.

     "그렇다. 현역 중에서도 전진 4.0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 순서와 시점, 그리고 방식의 문제가 물론 있다. 새 시대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받아들이겠다. 새 시대에 대한 비전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탄핵 논란도 자연히 사그라들 것이다. 그래서 더 큰 신당으로 거듭난다면 총선은 압승한다고 본다. 만일 그 과정에서 이언주가 불출마해야 한다면 그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 그래도 신당의 대표주자로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야권의 재구성'이다. 범중도보수 야권을 분명한 정치철학을 가진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 그 길에 봉사하겠다."

    - 지켜보겠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은.

     "분열을 걱정하지 말고 적극 지지해 달라. 그래야 이긴다. 그러면 반드시 이긴다. 기계적 통합으론 못 이긴다. 묻지마 통합은 안 된다. 또 제한적 연대도 가능하지만 시너지는 덜 날 수밖에 없다.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국민들한테 최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진 4.0이 제시한 대한민국의 비전 '개인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실현에 많은 국민이 동참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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