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부시장 "정부가 먼저 첩보 요구"… "제보받았다" 靑 주장과 다른 말… 의혹 증폭
  • ▲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첩보' 접수 경위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이 논란을 불렀다. 애초의 해명이 제보자로 밝혀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주장과 엇갈리자, 청와대는 "수사기관이 밝혀낼 것"이라며 공을 검찰로 떠넘겼다.

    송 부시장은 4일 제보를 전한 경위에 대해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들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 동향들에 대해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며 “2017년 하반기나 연말쯤에 청와대 행정관이 아닌, 지역에 있는 여론을 수집하는 쪽에서 연락이 왔다”고 KBS에 말했다. 청와대 설명과 달리 정부에서 먼저 동향 파악을 원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에 집중되는 수많은 제보 중 하나를 단순 이첩했을 뿐이라는 그동안의 청와대 해명과 달리,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적극 수집한 주체가 청와대라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는 주장이다.

    송 부시장은 제보 내용에 대해 “언론에 나왔던 내용이라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해당 비위 의혹은 한 건설업자가 고발한 사건으로 보인다.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시행권을 확보해주는 대가로 30억원 상당의 용역권을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송 부시장은 다만 “여론조사 목적으로,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늘 연락이 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정수석실 소속 문모 행정관이 제보를 받은 경위에 대해 “2017년 10월께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를 통하여 김 전 울산시장 및 그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고 말했다. 6·13지방선거를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먼저 요청한 적이 없다는 뜻으로, 청와대와 송 부시장 둘 중 한 쪽이 거짓말하는 양상으로 번진 것이다.

    송병기 "시장선거 염두에 둔 제보 아냐" 궤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5일 "어떤 것이 사실이냐는 건 우리가 더이상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누구의 말이 참말인지는 수사기관(검찰)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 부시장은 이날 오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청와대 행정관과 통화에서 당시 울산시 북구 모 아파트 건설비리 의혹 관련 언론을 통해 대부분 알려진 내용으로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시장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보했다는 건 제 양심을 걸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견을 끝낸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제보자가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과 관련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정당 소속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선거캠프에 뛰어들면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인연을 맺었다. 송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지목되기 6개월 전부터 캠프 내 싱크탱크 역할을 맡았다. 이런 이력의 소유자를 민주당과 전혀 관계 없는 인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욱이 제보했다는 시점은 이미 송 부시장이 송 시장 캠프에 있을 때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일단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이 첩보 생산 주체인 것은 인정했다. 김 전 시장 관련 사건이 ‘여당 후보 최측근의 제보→ 민정실의 접수→ 민정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경찰청→ 울산지방경찰청으로의 이첩 과정을 거친 만큼 청와대가 울산시장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이는 상황이다.

    황교안 "靑, 국민 속인 명백한 거짓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행정관이) 관련 첩보를 적극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와대가 국민을 속이고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 당선을 위해서 청와대의 하명이 있었고, 그 하명에 따라서 경찰이 동원됐고,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에 대한 선거공작이 있었다는 의혹인 것이다. 우리 당에서는 특위를 구성해서 국정농단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청와대와 민주당은 화를 키우지 말고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 바란다"며 "감추면 감출수록 최순실사건을 능가하는 국정농단사건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청와대 감찰반은 김 전 시장 같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첩보 수집 권한이 없다. 특히 검찰은 송 부시장이 최초 제보자라는 점을 심각하게 본다. 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 측으로부터 비위 첩보를 받아 마치 익명의 제보처럼 위장한 뒤 경찰에 수사를 시킨 행위는 공무원의 불법선거 개입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