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협상 거부 땐 12월17일 처리 강행할 듯… '250+50' '260+40' 원안 수정 불가피
  •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과 검찰 개혁안, 민생 법안 처리 방안 논의를 위해 회동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과 검찰 개혁안, 민생 법안 처리 방안 논의를 위해 회동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도 개편법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0시를 기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됐다. 이는 국회의장이 언제든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제도 개편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47석을 75석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협의해 처리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지만, 한국당이 참여를 거부할 경우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가동해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을 뺀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이날 '4+1 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관련한 '단일안'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열린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각 당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이날 전북 정읍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안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8일째 단식투쟁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재정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시간이 없다. 내년 4월이 총선이다. 이제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법도 선거법이지만, 20대 국회가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며 "우리 선거제도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자유한국당은 똑똑히 듣기 바란다. 국회 정상화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국민의 눈총도 더욱 따가워지고 있다"며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서겠다 공언하며 협상의 여지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압박했다. 

    한국당 "패스트트랙은 단계마다 모두 불법이고 무효"

    반면, 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은 그 단계 단계마다 모두 불법이고, 모두 무효"라며 "이들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자유민주주의 파괴는 그 해당되는 법안의 내용을 떠나서 우리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불법과 무효의 폭거의 정치가 이제는 황교안 당대표께서 단식을 하고 계시는데 인간적 도리도 저버리는 야만의 정치의 시대로 돌입했다"며 "이 야만의 정치세력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저항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 될 것인지 정말 깊이 고민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오는 12월17일 선거제도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포함하는 검찰개혁법안을 함께 묶어 일괄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이해찬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2월17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므로 그때까지는 사법개혁법안과 함께 선거법이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른미래 "법안 처리 강행하면 필리버스터 동원해 저지"

    민주당은 12월17일 이내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바른미래당 당권파(9명), 정의당(6명), 민주평화당(5명), 대안신당(10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해 한국당의 원내 복귀를 압박할 방침이다. 그러나 유승민·안철수계가 주축인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15명)'이 협의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동원하는 등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혀 원안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4월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원안에 합의했던 다른 야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구 250석+비례 50석' '지역구 240석+비례 60석'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수정안 도입을 거론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급박한 총선 일정과 맞물려 선거제도 개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295명의 과반인 148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129석인 민주당은 범여권 야당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각 당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수정안을 통한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