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직격 ⑪–홍콩 구의회 선거, 당연직 등 빼면 반중파 사실상 완승
  • ▲ 선거출마 후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찰출신 민주파 캐시 야우 (邱汶珊)후보 (당선), 친중파 마이클 티엔 (田北辰) 입법회의원 (낙선), 민주파 허르마인 찬 (陳詩雅)후보 (당선), 민주파 앤드루 완 (尹兆堅) 입법회의원 (당선)ⓒ허동혁
    ▲ 선거출마 후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찰출신 민주파 캐시 야우 (邱汶珊)후보 (당선), 친중파 마이클 티엔 (田北辰) 입법회의원 (낙선), 민주파 허르마인 찬 (陳詩雅)후보 (당선), 민주파 앤드루 완 (尹兆堅) 입법회의원 (당선)ⓒ허동혁
    지난 24일 실시된 홍콩 구의회 선거는 71.2%(약 294만명)의 투표율을 기록, 영국 통치시절 포함 역대 선거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민주파가 389석, 친중파(건제파 建制派) 59석, 중립 4석을 기록했다. 2015년 선거 의석 분포 수는 민주파 126석, 친중파 298석, 중립 7석이었다.

    총 득표율에서 민주파는 57.3%, 친중파는 41.8%를 기록했다. 18개 전 구의회에서 민주파 당선자 수가 전체 의석수의 2/3를 넘었으며, 타이포(大埔), 웡타이신(黃大仙) 구의회는 민주파가 전 의석 석권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광복 구의회’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뉴 테리토리(新界) 지역 아일랜즈(離島) 구의회만은 민주파 7석, 친중파 3석, 당연직 8석으로 친중파가 계속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 이곳은 마을 단위 향사위원회(鄉事委員會) 주석이 당연직으로 의원을 겸임하게 돼 있는데 위원회 주석 모두 친중파로 분류된다.

    홍콩 시민들, 자발적으로 선거일 시위 자제

    이번 선거는 완전히 시위에 묻혀버린 특이한 선거였다. 특히 선거 직전 2주 동안 홍콩 중문대학(중문대) 및 홍콩 이공대학(이공대)에서 점거시위가 벌어져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바람에 선거 분위기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시위대가 선거운동을 대신 해 준 셈이다.

    이공대 점거시위 도중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에게 선거 연기의 빌미를 주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지난 24일은 6월 9일 중국강제압송법 시위가 시작된 이래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시위 없는 주말이 됐다.

    선거 다음날인 25일 오후 많은 민주파 당선자들과 시민들은 아직 수십 명의 학생들이 남아있는 이공대로 몰려가 경찰의 포위 해제를 요구했다. 또한 많은 시민들이 25일 저녁 시내 곳곳에서 파티를 열어 선거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된 친중파는 66석이었지만 이번에는 민주파가 전 선거구에 후보를 내 무투표 당선자가 없었다. 친중파는 평소 지역민원 해결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고 조직표가 강하다. 따라서 교외 지역의 경우 시위 영향을 덜 받고 중장년층이 많이 살아 친중파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 ▲ 교외지역 타이포 (大埔) 구의회에 출마한 리차드 찬 (陳振哲) 후보. 그는 타지역 출신 핸디캡을 딛고 당선됐다.ⓒ허동혁
    ▲ 교외지역 타이포 (大埔) 구의회에 출마한 리차드 찬 (陳振哲) 후보. 그는 타지역 출신 핸디캡을 딛고 당선됐다.ⓒ허동혁
    그러나 선거 결과는 달랐다. 그 예로 뉴테리토리 지역 타이포(大埔) 구의회 람츈국(林村谷) 선거구는 홍콩에서 흔히 보는 아파트촌이 아닌 3~4층 연립주택과 농장이 점재하는, 넓은 면적의 시골 선거구다. 이 선거구에 출마한 리차드 찬(陳振哲) 후보는 지난 8월 공항 점거 시위를 주도하여 ‘공항 아저씨’란 별칭으로 유명해진 인물로, 이 지역 연고가 거의 없다. 반면 이 지역 현직 친중파 구의원은 재선으로 지역 기반이 탄탄했다. 찬 후보는 “타이포에서 친중파 후보의 자동당선을 막기 위해 타 민주파 후보들과 절충한 끝에 이 지역에서 출마했다”고 밝혔고, 결국 승리했다.

    제임스 토 의원 “이번 선거는 사실상 주민투표”

    홍콩 입법회 의원(국회의원)은 구의원을 겸직할 수 있으며, 구의원 중 6명이 내년 9월 총선에서 입법회 의원으로 선출된다. 현재 겸직의원 중 친중파 의원은 13명이 출마해 4명이 당선됐고, 민주파는 8명이 출마, 7명 당선됐다.

    입법회 8선의 민주파 소속 민주당 제임스 토(涂謹申) 의원은 구의원 선출 입법회 의원 중 한명으로, 야우침몽(油尖旺) 구의회 올림픽(奧運)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홍콩 선거법은 투표시간이 밤 10시 반까지이며, 투표 당일에도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투표일 저녁 선거운동 중이던 토 의원은 민주파의 승리를 예상하며 “이번 선거는 사실상(de facto) 직선제의 개척자격인 선거다. 홍콩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시위) 도중 벌어지는 만큼 이번 구의회 선거는 주민투표”라고 주장했다.

    친중파지만 중국압송악법에 줄곧 반대해 온 츈완(荃灣) 구의회 유깅(愉景)선거구에 출마한 마이클 티엔(田北辰) 입법회 의원은 선거운동 중 인터뷰에서 “이 선거구에는 시위를 지지하는 주민과 무정치 성향 주민이 각각 상당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 관계없이 나를 지지하는, 폭력에 반대하는 주민이 대다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티엔 의원은 시위현장에 나와 시위대와 대화하는 유일한 친중파 입법회 의원이었지만,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는 낙선했다.

    이번 선거는 부정 금권선거 시비도 있었다. 한 20대 여성 직장인은 “친중파를 타도한 이번 선거 결과에 백분 만족하나, 친중파 후보의 가택방문 선거운동, 금품(상품권 혹은 식권) 살포, 유령주민 투표와 양로원의 대리투표(種票) 행위가 있어 일부 선거구에서 그들(친중파)이 승리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홍콩 시민들 “친중파, 금권·부정 선거운동 저질렀다” 의심

    선거 사무처 측의 비협조도 있었다. 콰이칭(葵青) 구의회 싱훙(盛康) 선거구는 당초 79표 차로 민주파 후보가 승리를 선포했다. 그러나 선거 주임이 544표에 달하는 무효표 재분류를 지시하고 이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뒤집혔다. 결국 친중파 후보가 114표차로 당선됐다.
  • ▲ 친중파의 금권선거를 고발한 시민제작 포스터ⓒ허동혁
    ▲ 친중파의 금권선거를 고발한 시민제작 포스터ⓒ허동혁
    쿤통(觀塘) 구의회 람틴(藍田) 선거구에서는 2개 투표소 중 친중파 후보표가 많이 나온 투표소만의 무효표 재분류를 실시했다. 여기서 친중파 후보 표가 더 많이 나와 민주파 후보가 강력 항의하여 투표 다음날인 25일 오후 3시까지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결국 친중파 후보가 50표차로 승리했다. 이런 무효표는 노년층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자신의 성을 쳉(鄭) 이라고 밝힌 한 민주파 입법회 의원 비서는 필자에게 “친중파 전체득표율이 41.8%나 나온 이유는 부정 금권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 협조적인 노인들이 투표하기 편하게 투표소 위치를 정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투표소에 실어 나르는 행위가 있었다. 시위와 관계없이 그들의 부정선거 행위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쳉 씨는 친중파의 이런 행태에 대해 “친중파는 중국 당국과 중국에서 사업하는 친중 기업의 지원금 덕분에 자금이 많은 반면, 민주파는 자금이 부족하다. 또한 친중파는 지역 동향회, 기초 조직, 부녀회, 상공회, 취미활동 조직, 축제 조직 등을 장악하고 있다”며 친중파가 아직 세과시를 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강제압송법에 대한 반감, 땅에 떨어진 정부와 경찰에 대한 신뢰도, 입법회에서의 다수당(친중파) 세력을 이용한 횡포, 민심과 전혀 동떨어진 친중파의 행보가 이번 선거의 패배를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위에 줄곧 참가해 온 한 여대생은 “이번 승리는 첫 걸음일 뿐”이라며 시위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스구(南區) 의회 폭푸람(薄扶林) 선거구에서 5선에 성공한 네덜란드 출신의 폴 짐머만(Paul Zimmerman) 의원은 25일 이공대 앞 시위현장에서 “이번 선거에 나타난 시민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응답을 해야 한다. 중국과 국제사회는 홍콩 정치의 민주화를 바라는 표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오는 28일 미국 추수감사절 기념 시위를 예고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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