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잘못 기재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한 것"… 백선하 "사법부 치욕의 날" 반발
  • ▲ 법원. ⓒ정상윤 기자
    ▲ 법원. ⓒ정상윤 기자
    법원이 26일 고(故) 백남기씨의 유족들이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백 교수가 유족에게 4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백 교수는 "사법부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이날 백씨 유족들이 백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입원 경위나 치료 내용, 사망 경과 등을 살펴보면 백 교수가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한 행위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백 교수가 백씨의 부인에게 1500만원, 백씨의 자녀 3명에게 각각 1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전국민주논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고 10개월여만인 9월 25일 사망했다. 당시 백씨의 주치의였던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했다. 백씨의 사인은 9개월만인 2017년 6월 외인사로 수정됐지만 백씨 유족은 이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며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백 교수측 변호인단은 이날 의학적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변론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송이 제기된 후 3년이 지났다"며 "오랜 시간 심리해 화해권고를 결정한 상태에서 1심을 재개해 심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백 교수측은 "4차례에 걸친 변론재개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울분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 교수측은 "이 사건은 통상의 급성경막하 혈종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그 도중이나 직후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10개월 이상을 생존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인 판단을 어렵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중첩돼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21일 이들에게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사인을 잘못 기재한 책임에 대해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이 4500만원, 백씨 의료정보를 경찰에 누설한 책임에 대해 서울대 병원이 900만원 등 총 54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백 교수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날 백 교수에 대해서만 분리선고를 내렸다.

    선고 이후 백 교수측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백 교수 측은 "법적으로는 항소를 통해 다툴 것이며, 법원에서 진실을 밝힐 용기가 없다면 국민을 상대로 직접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