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보도… "'통치자금' 담당 김명철, 이탈리아 망명 때 신문 조서에 적시"
  • ▲ 지난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타고 온 벤츠 풀먼가드 리무진. 이것도 통치자금으로 산 차라고 보면 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타고 온 벤츠 풀먼가드 리무진. 이것도 통치자금으로 산 차라고 보면 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일가가 유럽에만 20억 달러(한화 2조3400억 원)의 비자금을 숨겨 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간조선은 2015년 5월 이탈리아로 망명한 김명철 전 대성무역 로마 지사장을 미국과 이탈리아 정보기관이 신문(訊問)한 조서를 입수했다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美CIA·이탈리아 AISE, 유럽 내 김정은 통치자금 파악

    대성무역은 김정은 일가의 통치자금을 조성·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총국이 관리하는 기관이다. 김씨 일가의 사치품 구매도 이곳이 맡는다. 김씨 일가의 최측근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명철은 2015년 5월 대성무역 로마 지사에서 탈출, 미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그는 2016년 4월 이탈리아 국적도 취득했다.

    월간조선은 “CIA와 AISE가 김명철을 신문한 뒤 국가정보원에 제공한 조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조서에 따르면, 김정은의 통치자금 가운데 적지 않은 돈이 노동당 39호실 및 서기실 금고에 달러로 보관돼 있다. 노동당 39호실은 또한 외국인 명의 유령계좌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배분·관리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김명철은 CIA와 AISE의 신문 당시 “김정은 통치자금(혁명자금)이 내가 아는 것만 20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또 미국 워싱턴 타임스와 미국 정보관계자를 인용해 “김정은 일가는 스위스·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 등의 은행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으며, 그 금액은 최소 10억 달러(한화 1조1700억 원)에 달한다”며 김명철이 주장한 ‘유럽 내 김정은 통치자금 20억 달러’ 설의 신빙성에 힘을 실었다.

    김정은은 또한 중국 은행에도 다수의 계좌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계좌 가운데 일부는 김정일 때 만든 것이다. 중국에 있는 김정은 통치자금도 수억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 ▲ 2013년 12월 노동당 공개행사에서 고모부 장성택을 끌어내는 모습. 이 사건 이후 김명철의 동생도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3년 12월 노동당 공개행사에서 고모부 장성택을 끌어내는 모습. 이 사건 이후 김명철의 동생도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철은 김정은 일가의 통치자금 가운데 유럽 지역에 예치해 놓은 자산을 관리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당시 김명철은 거액을 갖고 망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체에 따르면, AISE 측은 “김명철은 16년 동안 대성무역 이탈리아 지시장을 맡았고, 여러 차명 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해 온 인물”이라며 “그가 거액을 갖고 망명을 한 것은 맞지만 액수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국정원 측에 알렸다. 김명철이 망명할 당시 그가 김정은 비자금 4000억 원을 갖고 망명했다는 소문이 국내에서 돌기도 했다.

    김명철, 장성책 숙청 당시 동생 처형되자 망명 결심

    북한에서 노동당 39호실, 특히 김정은 일가의 개인 취향까지 다 알 정도인 대성무역 로마 지사장에는 충성심이 높은 사람만 임명한다고 알려져 있다. 김명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 명의의 유령계좌로 비자금을 세탁하는 능력이 뛰어나 김정일에게 인정받았다. 그리고 2001년 대성무역 로마 지사장에 임명됐다. 김명철은 김정은이 타고 다니는 요트, 리설주가 입는 명품 코트를 직접 구입해 보내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2013년 12월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공개처형한 뒤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한 뒤 소위 ‘추종세력’을 처형하거나 숙청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장성택 사건으로 노동당 간부 415명, 산하 기관 간부 300여 명, 인민보안성(한국의 경찰에 해당) 간부 200명이 공개 총살됐다”며 “처형된 간부 중에는 김일성 시절 빨치산 동료의 가족도 포함됐다. 당시 숙청된 사람이 적어도 2만 명은 됐다”고 전했다.

    김명철의 동생 김경철 전 싱가포르 무역대표부 대표도 장성택 추종세력으로 몰려 이때 처형됐다고 한다. 동생이 처형당한 뒤 김명철은 유럽에 있는 김정은의 비자금 일부를 들고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2015년 당시 미국은, 북한 정권교체를 목표로 탈북 엘리트들의 귀순을 적극 추진하던 박근혜 정부를 돕는 상황이어서 그의 망명을 거절했다. 결국 그는 AISE의 보호 아래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AISE는 김명철이 털어 놓은 정보를 더 이상 한국과는 공유하지 않는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