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직격⑨] 5개월째 접어든 강제압송법 파동… 홍콩경찰 물리친 중문대 시위대“다음 행동 나설 것”
  • ▲ 학교 앞 육교에서 경찰과 공방전을 벌이는 중문대 학생들ⓒ허동혁
    ▲ 학교 앞 육교에서 경찰과 공방전을 벌이는 중문대 학생들ⓒ허동혁
    홍콩 중국강제압송법 파동이 일어난 지 5개월이 넘었다. 홍콩은 지난 8일부터 사실상 '전쟁' 수준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본지는 국내 인터넷 언론매체 중 유일하게 홍콩에 현지 소식통을 두고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본지는 8일부터 일어난 '홍콩 사태'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홍콩 시민 분노 촉발한 쵸우츠록 사망사건

    8일 오전 8시 시위 현장 주변 건물에서 추락해 뇌사 상태에 빠졌던 홍콩과기대 2년생 쵸우츠록(周梓樂)이 사망하면서 시위 양상은 바뀌었다. 쵸우가 경찰 진압으로 주차장 건물에서 떨어진 정황 증거가 발견되고, 경찰이 구급차 진입을 막은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분노가 더욱 격화됐다.

    경찰의 시위대응 방식은 2주전부터는 원천봉쇄 방식으로 바뀌었다. 한번 출동하면 2시간 이상 철수하지 않는다. 이전에 경찰은 현장 진압 출동 20분 후 철수하는 행태를 보였었다. 시민들은 경찰이 철수하면 다시 나타나 도로에서 뜯어낸 벽돌을 여러 장 세워 경찰이 뛸 수 없게 장애물을 만들고, 중국계 업체와 '친중' 점포를 파괴했다.

    주로 주말에 벌어지던 시위가 11일부터는 주중에도 계속되고 있다. 11일 중국의 인터넷 할인 축제날인 광군제(光棍節)에 맞춰 시민들은 아침부터 3파(三罷-파업·휴학·철시)를 호소하며 홍콩 각지와 학교에서 시위를 벌였다.
  • ▲ 홍콩중문대 앞 유니버시티 전철역 (大學站)에서 불타는 전철차량ⓒ허동혁
    ▲ 홍콩중문대 앞 유니버시티 전철역 (大學站)에서 불타는 전철차량ⓒ허동혁
    사이완호(西灣河)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교통경찰이 권총(스미스&웨슨 모델 10·38구경 리볼버로 한국 경찰도 사용하는 모델)으로 시민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시위는 격화돼 도심 교통은 마비됐으며, 지하철 노선 대부분의 운행이 중단됐다.

    홍콩 시민, 24일 구의회 선거 실시 여부에 촉각

    지금 홍콩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 실시 여부이다. 일부 친중파 의원들이 현재 시국을 이유로 선거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452개 의석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구의원 선거 판세는 시위 영향으로 민주파가 유리한 상황이다.

    같은 날 오후 캐리 람 행정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보해, 선거 연기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일부 시민을 폭도라 지칭하며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면서 시민들에게 자제를 호소하는 발표만 했다.

    민주파 의원들은 람 장관 기자회견에 대해 공동 성명을 내고 “폭도는 시민이 아닌 경찰이다. 무고한 시민을 다치게 하는 건 명백한 위법”이라며 비난했다.

    민주파 소속 공민당 타냐 찬(陳淑莊) 입법회 의원은 “전후 상황으로 보아 정부가 선거를 연기하기보다는 취소시킬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 학교 앞 육교에서 대치중인 경찰에게 활을 쏘는 시위대ⓒ허동혁
    ▲ 학교 앞 육교에서 대치중인 경찰에게 활을 쏘는 시위대ⓒ허동혁
    학내 시위도 두드러졌다. 발단은 홍콩중문대학(香港中文大學·이하 중문대)에서 벌어진 학생들과 경찰의 충돌이다. 경찰은 학교와 일반도로를 연결하는 한 육교를 점령했는데, 학생들이 육교 아래의 철로와 고속도로를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12~13일까지 벌어진 중문대 공성전

    학생 수백명은 경찰의 학내진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다리를 놓고 경찰과 대치했는데, 12일 오후 경찰이 다리를 넘어 학내로 진입해 학생 5명을 체포했다. 이에 분노한 중문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대거 학교로 몰려와 시위에 합류했다.

    중문대 총장과 민주파 의원들이 대치 장소로 와서 중재에 나섰지만, 경찰이 체포 학생의 석방을 거부하자 다시 충돌이 시작됐다.

    경찰은 총장이 서 있는 앞에서 최루탄을 쏘기 시작해 3시간 동안 최루탄 1567발, 고무탄 1312발, 스펀지 탄 380발을 발사했다. 시위대는 폐차를 활용해 수비벽을 만들었고, 화염병·벽돌을 던지고 활·폭죽·신호탄을 쏘며 경찰에 맞섰다.

    경찰은 공방 막판에 물대포차까지 동원했지만, 법적으로 학내에 진입할 수 없는 데다 수적으로 시위대에 밀려 결국 철수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학생 60여 명, 경찰 4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 학생이 발사한 신호탄이 경찰의 발에 명중하기도 했다.
  • ▲ 홍콩중문대 학생들이 수거한 최루탄. 경찰은 12일 중대보위전 (中大保衛戰)에서 최루탄 1567발, 고무탄 1312발, 스폰지탄 380발을 발사했다ⓒ허동혁
    ▲ 홍콩중문대 학생들이 수거한 최루탄. 경찰은 12일 중대보위전 (中大保衛戰)에서 최루탄 1567발, 고무탄 1312발, 스폰지탄 380발을 발사했다ⓒ허동혁
    이후 학생들은 학교로 통하는 모든 진입도로를 16일 오전까지 봉쇄했다. 문제가 된 육교 아래의, 중국 선전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철로도 모두 봉쇄됐다. 학교 앞 유니버시티 전철역(大學站)도 파괴됐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다시 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14일 기자회견에서 "언제까지 이 상태를 지켜만 보고 있지 않겠다"고 했다.

    중문대는 산 속에 위치해 있어 학생들이 지형지물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학내에 물과 식량 등 농성을 위한 물자가 풍부하다. 학내의 전기와 수도는 끊기지 않은 상태이며, 많은 학생들이 교내 운동장에서 페트병으로 화염병 투척 연습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학교 셔틀버스와 골프카트 등을 학생들이 직접 운전하며 사람과 물자를 운반하고, 중문대 출신 의사들은 간이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자 석방, 직선제 선거” 요구


    학내에서 대치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중문대 출신 민주파 완차이(灣仔) 구의회 클라리스 융(楊雪盈) 의원은 “경찰은 학내에 들어올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학내에 들어와서 학생들을 체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 중문대 학내에서 시민에 의해 파괴된 차량 (위) 와 전소된 모습 (아래)
ⓒ허동혁
    ▲ 중문대 학내에서 시민에 의해 파괴된 차량 (위) 와 전소된 모습 (아래) ⓒ허동혁
    학생들에 의해 ‘중대보위전(中大保衛戰)’으로 불린 이 공방전은 홍콩시위 5개월 만에 시민의 첫 승리로 여겨지고 있다.

    학생들은 15일 오전 3시 육교 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위대의 폭도 규정 철회, 체포 시위대 전원 사면,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조사기구 설치, 행정장관 및 입법회 의원 직선제 실시, 경찰 해체 등 5대 요구사항을 24시간 내에 수용하지 않으면 다음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학생들은 15일 오후 8시경 고속도로 봉쇄를 강화하고 육교 끝에서 폐차를 폭파시켰다. 16일 오전 현재 학내에는 학생 수백 명이 남아있다.

    중문대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휴교 혹은 온라인 수업 대체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경찰에게 중상을 입은 시위대 소식이 계속 나오면서 시민들은 더욱 분개하고 있다. 경찰 당국은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교도관 100여 명을 투입하겠다고 지난 14일 언론에 밝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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