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 학점제 시행 앞두고 정시 확대 추진… 교육계 '정책 충돌' 우려 확산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조국사태’로 불거진 교육 불공정 해소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정시 확대’ 정책에 대해 교육계에서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으로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 학점제’와 정반대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여론에 따라 교육정책을 마구 쏟아내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달 말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현행 20% 수준인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을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4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입 공정성 강화 명목으로 ‘정시 확대’를 주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서 나온 ‘2022학년도 대입 정시 비율 30% 이상’을 권고했다.

    2025년 시행되는 고교 학점제,  정시 확대와 '충돌'

    문재인 정부가 '정시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당초 현 정부의 핵심교육공약은 '고교 학점제'다. 교육부는 고교 학점제 시행 시기에 맞춰 내신 절대평가제인 ‘교과성취평가제’ 전환을 검토 중이다.

    고교 학점제는 과도한 입시경쟁 해소를 위해 고교생들이 대학에서처럼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다양한 교육과정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다. 고교 학점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학생부 중심의 수시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내신 절대평가도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받기 쉬운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 공약인 '고교 학점제'와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가 정책적으로 상충한다는 점이다. ‘결과’ 중심의 정시와 달리, 고교 학점제는 ‘과정’을 중시하는 정책이다. 고교 학점제를 위해선 정시 영향력을 낮춰야 하는데, 이 경우 두 정책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서 정부가 ‘조국사태’로 나빠진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급작스럽게 꺼내든 ‘정시 확대 카드’로 인해 교육현장의 혼란을 심화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약을 내팽개치고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원색적' 비난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전국 시·도교육감 12명은 성명을 내고 “정시 비율을 줄이고 고교 학점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현 정부의 공약”이라며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는 건 정부의 신뢰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한 믿음마저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계에서도 교육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현 정부의 행태를 '코미디'라고 비꼬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하면서 고교 학점제를 시행하는 건 그야말로 코미디”라며 “교육을 정치에 이용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아니면 말고 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교육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들은 수능 과목 위주로 문제풀이 공부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수업 외 시간에 수능 준비를 위해 학원에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두 정책의 흐름이 어긋날 뿐더러 공교육 정상화는커녕 사교육시장만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찬 이어 유은혜가 교육을 말아먹는다"… "정시 확대와 고교 학점제는 코미디"

    학부모들은 ‘갈팡질팡’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현 정부 교육정책의 마루타가 된 것 같다”며 “무모한 정책실험의 위험성을 모든 학생이 떠안게 됐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고교 학점제 적용 대상인 현재 초등 3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 씨는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부 때문에 우리 아이들만 피해를 본다"며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또 바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과거 김대중 정부의 교육부장관이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고교평준화정책을 잘못 추진해 하향평준화란 결과만 낳았다"며 "좌파 정권은 교육에 대한 철학을 상실한 채 포퓰리즘만 남발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해찬에 이어 유은혜가 교육을 말아먹는다는 비아냥이 학부모들 사이에 많다"고 덧붙였다.

    4년제 교육학과 A교수는 "고교 학점제 도입은 고교의 ‘수직적 서열화’에서 ‘수평적 다양화’로 전환하기 위한 대수술"이라며 "고교 학점제에 걸맞은 대입제도가 마련돼야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꼬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고교 학점제는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야 취지에 맞게 구현되는데, 현 정부는 대책 없이 ‘묻지마 정책’만 남발해 문제"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