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단 12명 중 10명이 원내, 9명이 '황 측근'…민주당 "왜 저러지?" 하면서 웃어
  •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및 지도부가 지난 8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및 지도부가 지난 8월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인재 영입'을 둘러싼 파행으로 자유한국당의 위기가 심화했다. 당원들마저 지도부의 '무사안일'을 비판하며 분노를 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에 간간이 비판을 날리면서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을 발표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보류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말 귀한 분"이라며 삼고초려까지 한 박 전 대장 영입 좌절의 후폭풍은 컸다. 지난 4일 박 전 대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반전을 꾀했지만, 회견 중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지칭하며 "삼청교육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다. 박 전 대장은 직후 터져 나온 ‘우리공화당 입당설’을 부인하며 "내년 총선은 한국당에서 치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박 전 대장도 한국당도 상처만 떠안았다. 

    총선기획단 12명 중 10명이 원내... 9명이 '친황계'

    한국당이 4일 발표한 총선기획단도 구태의연한 구성과 계파편향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한국당이 임명한 12명의 총선기획단 위원 중 10명이 원내 인사다. 여성은 1명뿐이고, 2030으로 대표되는 청년위원은 없다. 민주당이 총선기획단을 구성하며 15명 중 여성 5명, 2030세대 4명, 원외 인사 7명을 내세운 것과 대비된다. 

    기획단을 구성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황교안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도 눈총을 받는다. 이날 임명된 인사들 12명 중 9명에 해당하는 박맹우·김선동·박완수·추경호·이만희·이진복·전희경 의원과 원외 인사인 원영섭 부총장, 김우석 특보는 대표적 친황계로 분류된다. 이런 한국당과 달리 민주당은 공수처법에 반대하며 당의 견해와 다른 생각을 내보였던 금태섭 의원을 총선기획단 위원에 임명했다.

    "지도부 우왕좌왕… 내가 이 당에 왜 들어왔나 싶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당원들의 불만으로 도배됐다. 당원 게시판에는 "한심스럽게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다"  "인재 영입 기준이 대체 뭐냐" "자유한국당 정신차려라"는 글들이 걸려 있다. 대부분 지도부의 자성을 강도 높게 촉구하는 글이다. 

    한국당 당원 정모(32) 씨는 "지도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이 당에 왜 들어왔나 싶다"며 "대안이 없어 계속 지지하지만, 이제는 점점 지쳐간다. 차라리 투표를 안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개탄했다. 

    소속 의원들은 더욱 절박하다. 김태흠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부터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황 대표부터)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란 자세로 총선에 임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선 이상 중진·영남권과 서울 강남3구 의원들은 용퇴하시든지 당의 결정에 따라 험지에 출마하라"며 당의 텃밭을 지역구로 둔 중진들을 압박했다.

    패스트트랙 처리 전략도 지지부진

    향후 정치일정도 한국당으로선 녹록치 않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당시 몸싸움을 벌였던 소속 의원 60명과 보좌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데다, 12월3일 부의 예정인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전략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손을 놓고 있는 지도부를 바라보는 당원들의 분위기는 흉흉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 소속 한 초선 의원은 "(패스트트랙 고발건은) 검찰로 끌고 갈 사건이 아닌데 양당 간에 감정 섞인 고발로 일이 꼬인 것 같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당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외 인사인 홍준표 전 대표도 당 지도부를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홍 전 대표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의원 절반의 정치생명이 걸린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해 무대책인 당 지도부를 개탄한다"며 "지도부가 희생하고 책임지지 않고, 의원들 모두를 끌고 들어가는 동귀어진(同歸於盡, 함께 죽을 생각으로 상대에게 덤벼듦)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지도부가 할 일이냐"며 지도부의 행태를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왜 저러지?" 하면서 웃는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연이은 헛발질을 비판하면서도 싫지 않은 내색이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한국당이 "왜 저러지? 하면서 그냥 지켜보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황교안 대표가 인재고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상황 파악이라든지 향후 공천 부분에 대한 비전이나 계획이 전혀 없으신 거 같다"며 "(한국당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해서 무슨 의도로 저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황 대표가 공감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도 "저희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며 "’조국 국면’을 지나오면서 우리 당에서는 혁신 역량을 키우자는 얘기를 하고 있고, 국민들에게 호응받을 수 있는 우리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