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우왕좌왕하며 헛발질… 알아서 '각자 출마' 분위기… "불출마선언 패기도 없어"
  • ▲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지난 달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나경원 원내대표(왼쪽부터), 황교안 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박성원 기자
    ▲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지난 달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나경원 원내대표(왼쪽부터), 황교안 대표, 조경태 최고위원. ⓒ박성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국사태 이후 당의 방향성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며 어수선한 모습을 노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의원 가산점' 발언에 이어 황교안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영입이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보류되자 당내에서도 "지도부가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월31일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의 첫 인재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8명의 '영입 인재 환영식'은 전날(30일)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황 대표가 수개월 전부터 공들이며 영입 1호로 꼽은 박 전 대장 영입을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맥이 빠졌다. 박 전 대장은 이른바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적폐'로 규정돼 전역했고, 이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행태를 폭로하며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4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린다. 하지만 조경태 의원 등 최고위원 일부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견해를 전달하면서 영입이 보류됐다. 

    한국당은 인재 영입의 효과가 당 지도부 분열과 황 대표 리더십 문제로 흘러가자 "박찬주 전 대장에 대한 '영입 1호'와 같은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31일 발표한 영입 명단은 제1차 대상자들"이라고 발표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해… 총선 승리 난망"

    한국당의 이런 행태를 두고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국당 초선 A의원은 이를 두고 "당이 영입을 고려할 때 문재인과 반대편에 섰다고 좋은 인재라고 생각하는 틀을 깨야 한다"며 "박 전 대장이 1호 영입이 아니라 (영입된 인재) 모두가 1차 영입 대상자라는 것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이 이런 소소한 행동을 고치지 못하면 총선 승리도 먼 얘기일 뿐"이라고 자책했다. 

    한국당의 오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나 원내대표의 '공천 가산점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지난 22일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투쟁 당시 고생했던 의원들에게 가산점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황 대표에게 건의했다"며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사태로 촉발된 검찰 수사로 고초를 겪는 의원들에 대한 가산점 부여를 제안했다. 이를 두고 황 대표는 다음날인 23일 당 일일점검회의에서 "공천 규칙과 관련해 근거 없이 자꾸 이런저런 말들을 하면 당 전체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해당행위"라고 말한 것이 1주일 뒤인 30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의 두 사령탑이 대립하는 듯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됐다. 

    "참신한 공천 룰과 새로운 영입 시급"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B의원은 "지도부의 말 한마디는 천금과 같다"며 "지도부가 안이한 자세로 조국사태 이후 모멘텀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선을 재정비하고 신선하고 참신한 공천 룰과 새로운 영입을 통해 쇄신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내년 총선 공천을 놓고 파열음도 들린다. 한국당 외부에서는 인적쇄신을 통해 내년 총선에 과감히 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내부에서는 내년 출마를 두고 현역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이 저마다 각자도생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원외 인사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총선까지는 이 당에서 내 역할이 전혀 없으니 당을 위해 어디에 출마하라는 말은 더 이상 하지 말라"면서 "뜨내기 얼치기들이 판치는 이 당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그런 카드로는 더 이상 이용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결심한 곳에서 출마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홍 전 대표는 경남지역에서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취임 전까지 당을 이끌었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대구에서 출마를 저울질한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자신의 텃밭인 경남에서 출마 결심을 굳혔다. 김 전 지사는 고향인 경남 거창으로 주소지를 옮기고, 거창-함양-산청-합천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개 꼬리 삼 년 둬도 황모 못 된다"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선언을 통한 자발적 인적쇄신도 없는 상태다. 민주당 초선 의원인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연이어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과 지도부의 변화를 요구한 것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기존에 불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던 김정훈·윤상직·정종섭 의원 등은 오히려 불출마 의사를 번복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있다. B의원은 "불출마한다던 의원들이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다들 지역구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지지부진한 한국당의 모습을 반영하듯 참담하다. 한국갤럽이 집계한 10월 5주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40%로 전주 대비 3%p 상승한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3%p 하락한 23%로 나타났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조국사태로 10% 안으로 좁혀지기도 했던 지지율은 조국 정국 이전으로 회귀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한국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한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많은 국민이 한국당이 예뻐서 광화문에 나간 것이 아니다"라며 "물갈이돼야 할 국회의원들은 눈치만 보고 있고 그만둘 패기도 없다. 당은 연이어 헛발질을 하고 흘러가는 모습을 보니 '개 꼬리 삼 년 둬도 황모 못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