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율 513%→ 150%로 인하… 농업보조금 1.5조원→8000억원대로 낮아질 듯
  • ▲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WTO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WTO에서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농업 분야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25일 밝혔다. 농업계는 보조금 지원이 끊길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WTO 개도국 논의 대응방향’을 확정했다. 회의 후 홍남기 부총리는 “우리 정부는 미래에 WTO 협상이 전개될 경우 농업의 민감한 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고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 아래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쌀 등은 별도 협상…지원금 중단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향후 협상 일정은 아직 미정이며, 협상 전까지는 지금 누리고 있는 개도국 혜택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쌀과 같이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별도 협상 권한이 있음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를 포기(Forego)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Not Seek)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앞으로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이미 확보한 개도국 특혜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보조금 지급 등 정부의 농업 부문 지원정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선진국인 나라들은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한다”고 밝힌 뒤부터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검토해 왔다. 당시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하려는 나라, G20 포함 국가, 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이상 등 네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포함되는 국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종용해 왔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는 35개국이다. 우리나라 네 가지 조건 모두 포함된다.
  • ▲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33개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에 격렬히 항의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33개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에 격렬히 항의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WTO에서 개도국으로 인정받으면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이 150여 개나 된다.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를 제외하고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았다. 농업 분야는 쌀 등에서 관세율과 보조금 특혜를 받아 왔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은 쌀에 513%의 관세율을 부과해 왔고, 연간 1조4900억 원을 농가에 지원해 왔다.

    농축산 관련 단체들, WTO 개도국 포기에 강력 반발

    그러나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쌀 관세율은 150%대로 낮아지고, 농업 보조금도 8000억 원대로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농업계 관계자와 경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에 농민 단체들은 정부의 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1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 6개 농민단체는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비판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소속 단체들도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국가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중을 5%(약 25조 원)까지 높이고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부족분을 정부가 출연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정부가 농축산 관련 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관세율 감소와 보조금 지원 감소로 인한 피해는 관련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