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수연 23일 기자회견“편향된 정치사상 주입 멈춰달라”… 서울대 촛불집회추진위도 참석
  • ▲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김화랑 대표와 최 모 군이 23일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수호연합 결성 계기와 목적, 정치적 강요 피해사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김화랑 대표와 최 모 군이 23일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수호연합 결성 계기와 목적, 정치적 강요 피해사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학생들은 교사들의 정치 노리개가 아니다.”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이하 학수연) 소속 학생들이 23일 서울 관악구 학교 정문 앞에서 일부 교사가 편향된 정치사상을 주입했다고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수연 대표인 인헌고 3학년 김화랑 군과 학수연 소속 최모 군이 학생들을 대표해 참석했다. 학생 측 변호인은 “당초 5명 이상의 학생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이 얼굴과 실명이 공개되는 것에 불안함을 느껴 두 학생만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 실명 공개에 불안함을 느껴"

    인헌고에서 ‘정치 교사’ 논란이 불거진 건 일부 교사가 17일 열린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반일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했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나오면서부터다. 이후 학생들은 학수연을 결성해 교내에서 벌어진 여러 형태의 사상 주입 피해 사례를 알렸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학수연 소속 학생 최모 군은 “학수연은 이번 사건만을 계기로 조직된 것이 아니다”라며 “페미니즘, 동성애, 난민, 탈원전, 일베몰이 등 모든 형태의 사상독재를 뿌리 뽑고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최 군은 “교사들이 마라톤 대회 일주일 전부터 학생들에게 반일 문구가 적힌 선언문을 적으라고 지시했다”며 “학생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민당, 아베 망한다’ 등의 반일 구호를 외치도록 시켰다”고 주장했다. 선언문을 몸에 붙이고 마라톤을 진행하라고 강요했다는 고발도 이어졌다.

    최 군은 “이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한 것이며, 학생들이 보장받아야 할 온전한 사상의 영역이 그들의 독재 하에 시체가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헌고에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절대 용납되지 않고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다”며 “학생들을 교사들의 사상과 똑같아야만 하는 좀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교사'들, 학생들에 '반일 사상' 강요

    학수연에 따르면 한 교사가 현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던 한 학생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좋은데 왜 싫어하냐”며 화를 내고 교무실로 데려가 혼을 냈다고 했다. 결국 해당 학생은 현 정부가 좋다는 발언을 반강제적으로 했으며, 교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는 게 학수연의 주장이다.  
  • ▲ 김근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 대표가 23일 열린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기자회견에서 김화랑 학생수호연합 대표에게 지지서한문을 전달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김근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 대표가 23일 열린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기자회견에서 김화랑 학생수호연합 대표에게 지지서한문을 전달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한 당일에도 일부 교사의 사상 교육은 계속됐다고 한다.

    학수연은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무고한 조국을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사퇴를 시켰다'고 발언한 것을 폭로했다. 학생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조국 의혹은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은 다 개돼지”라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는 주장이다.

    최 군은 “이제는 이 끔찍한 사상 주입을 끝내야만 한다”며 “진정한 개돼지는 비판할 줄 모르고 무조건 찬양하는 것일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한 학생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다른 건 몰라도 경제 분야는 잘한 것 같다고 말하자 한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너 일베니?”라고 면박을 준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발언을 한 교사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했다.

    학수연은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과 사상독재는 기본교육법에 위반하는 행위”라며 “우리는 기본권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순수하게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치적인 색을 입히는 행위는 지양해 달라”고 강조했다. 

    “조국 가짜뉴스 믿으면 개·돼지”…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 보장해 달라”

    김화랑 학수연 대표는 "오늘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받아 학생수호연합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와 전국대학생연합(전대연)이 함께 참석해 학수연 학생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근태 서울대 집회 추진위 대표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 사상을 주입하고 정치 도구화한 점을 규탄한다”며 “이러한 침해행위에 대해 저항하는 인헌고 학생들의 용기와 행동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효령 전대연 부단장은 “인헌고의 전교조 교사들은 더 이상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짓밟으며 탄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불의를 저지르는 대상에게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단장은 “이것은 인헌고 학생들 만의 일이 아니라 전국에 뿌리내린 사상을 강요하는 교사들을 규탄하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