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전 이민간 의사 겸 개신교 목사…"좌파독재 타도" "새마을 정신" 내세워 대선 2~3위
  • ▲ 볼리비아 대선에 기독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정치현 박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볼리비아 대선에 기독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정치현 박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볼리비아에서 지난 20일 대선이 치러졌다. 그러나 22일 현재까지도 개표가 끝나지 않았다. 선거관리감독기관인 최고선거재판소가 개표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 ‘선거 조작’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볼리비아 대선에서 한국계 후보가 3위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12세 때 선교사 부친 따라 이민 간 정치현 박사

    주인공은 정치현 의학 박사다. 외과의사인 그는 목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 예수교 장로회통합 교단 측에 따르면, 정치현 박사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37년 전인 1982년 부친 정은실 선교사를 따라 볼리비아로 갔다. 청소년 시기를 거치면서 볼리비아에 귀화했다. 그러나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정치현 박사는 “지난 13년 간 볼리비아는 좌파 정권 치하에서 퇴보했다. 볼리비아가 공산독재국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 기독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정 박사가 볼리비아에서 돌풍을 일으킨 원인으로는 “새마을 운동(Saemaul Undong)으로 볼리비아를 잘 살게 하겠다”는 공약이 먹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 8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침체된 볼리비아에는 한국의 새마을 운동과 기독교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박사는 “한국이 6.25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억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볼리비아 사람들도 다 안다”면서 “그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저는 새마을 운동과 기독교 정신이라고 답한다”고 밝혔다.

    그는 “볼리비아가 빈곤에서 탈출하고 나태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의 새마을 운동 정신과 훈련 과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영국 B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든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며 “볼리비아의 풍부한 지하 자원과 새마을 정신이 결합하면 이른 시일 내에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유세 기간 동안 동성애와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 좌파 진영의 주목을 끌었다.

    대다수 국민이 가톨릭 신도인데다 원주민인 볼리비아에서 정 박사는 개혁을 원하는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9월 실시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31%와 25%의 지지율로 대선 후보 가운데 2위를 차지했고, 이번 대선 초기 개표 결과에서는 현재까지 8.77%를 기록해 3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정 박사를 대선 후보로 세운 기독교 민주당의 지지율은 1%대였다고 한다.
  • ▲ 지난 9월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 정치현 박사 지지율이 2위로 나타났다. ⓒUSA 아멘넷 화면캡쳐.
    ▲ 지난 9월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 정치현 박사 지지율이 2위로 나타났다. ⓒUSA 아멘넷 화면캡쳐.
    정 박사는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가 대선 개표를 중단하기 전 “이번 결과는 볼리비아에 아직 성경의 원칙과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원주민 인구가 많은 볼리비아에서 한국계 이민자가, 그것도 개신교 목사가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원인은 좌파 정권의 부정부패다.

    원주민 대통령 모랄레스, 연임 개헌하려다 민심 잃어

    에보 모랄레스 현 대통령은 2006년 당선된, 볼리비아의 첫 원주민 대통령이다. 그는 좌파 진영을 등에 업고 식민주의 타도와 신자유주의 타도를 외치며 원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됐다. 그는 취임 이후 자국의 에너지 산업을 모두 국유화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2005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2014년에도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초 볼리비아 대통령은 단임제였다. 그러나 모랄레스는 집권 이후 개헌을 통해 3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6년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외신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동안 볼리비아의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구했지만 대권 야망으로 민심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볼리비아는 한반도 면적의 9배, 109만 ㎢의 면적을 가진 나라다. 리튬 매장량 세계 1위이며 석유도 갖고 있다. 인구 1140만 명 가운데 55%가 원주민, 백인과 원주민 혼혈(메스티소)이 30%, 백인이 15%다. 국민의 75%가 가톨릭 신도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개신교 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