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수처 문제와 대안' 정책토론회… 정치적 중립성·상시 사찰화 등 우려
  • ▲ 21일 오후 3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 현장. ⓒ정상윤 기자
    ▲ 21일 오후 3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 현장. ⓒ정상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박인환 변호사(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가 21일 오후 3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공수처 문제를 짚으면서 한 발언이다.

    박 변호사는 조국(54) 전 법무부장관 사태가 터지면서 검찰개혁이 화두가 됐으나, 공수처 설치가 곧 검찰개혁의 시작은 아니라고 봤다. 공수처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수처 설치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의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도 박 변호사 말에 공감을 표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부터 토론자로 나선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헌 변호사까지 법조계 인사들은 현 정권이 추진 중인 공수처의 폐해를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수처는 기존 검찰조직과 별도로 50명의 검사를 포함, 최대 122명의 수사인력으로 구성되는 조직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조사권·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모두 가진다. 검·경 수사보다 우선 수사권도 가지고 있다.

    ①제왕적 대통령제 강화… 견제 수단도 없어

    참석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통령의 권한 강화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등 세 권력기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법무부의 일반적 지휘·감독을 받는 검찰과 달리 통제·견제 수단도 없다.

    특히 공수처장 임명에 대통령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처장을 임명한다'고 돼 있다. 공수처장인사추천위원회는 7명으로, 이 중 2명을 야당이 임명할 수 있다.

    박인환 변호사는 "대통령이 공수처장만 장악하면 공수처를 통해 주요 기관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악화될 수 있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의 수가 많아질수록 독재가 되는 법"이라고 일갈했다.

    사회를 맡은 전삼현 교수도 "현재의 특별감찰관 제도, 상설 특검을 활용해도 (고위공직자 수사가) 가능한데 왜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를 하려는지 그 저의가 의심된다"며 "대통령이 자신을 수사하라고 처장을 임명하면 그 처장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공감을 표했다.

    ②정치적 중립성 훼손, 상시 사찰기구화 우려

    자연스레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고소·고발 등 수사의뢰가 난무할 경우 공수처가 '정치적 수사기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박 변호사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대 진영을 향한 '표적수사', 이로 인한 '상시 사찰기구'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며 "지금 같이 여야 대립이 심한 정치현실에서 공수처가 국정 통제 수단 혹은 정적 제거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른바 정쟁의 도구로 사용될 염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일반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라고 우려했다. 공수처장·차장 등이 정계진출을 위해 정치적 사건을 편파적으로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비리는 주로 기업범죄 등 경제범죄 수사에서 단서가 확보되지만, 공수처는 기업범죄 수사권이 없어 독자적으로 비리를 적발하기 어렵다"며 "검찰과 달리 공수처는 정기 인사가 없어서 간부·직원들이 계속 동일 보직에 장기 근무하게 돼 부패 가능성, 청탁수사, 보복수사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도 부연했다.
  • ▲ 전삼현 교수는 21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토론회에서
    ▲ 전삼현 교수는 21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토론회에서 "현재의 특별감찰관 제도, 상설특검을 활용해도 (고위공직자 수사가) 가능한데 왜 패스트트랙으로 공수처를 하려는지 그 저의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정상윤 기자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선진국에는 이러한 특별기관이 없다"며 "결국 국가권력기관을 만든다는 건 국민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③소추기관의 이원화, 그리고 '옥상옥' 문제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권'을 검찰과 공수처가 각각 갖는, 이른바 '기소권의 이원화'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로 인해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는 "형사사법 통일성을 위해 거의 모든 국가가 기소 기관을 검찰로 일원화하고, 기소권을 2개 이상 기관에 분리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2014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상설특별검사제·특별감찰관제 시행 결과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먼저 이뤄져야지, 기구를 만든다고 능사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현재 시행 중인 상설특검제·특별감찰관제를 보완하지 않은 채 공수처를 만드는 게 '옥상옥'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겸 교수는 "공수처에 문제가 생기면 공수처를 대신할 또 다른 검찰기관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끝없이 기관만 만들게 돼서 검찰국가가 된다"며 "지금의 검찰권이 비대하다며 또 다른 검찰을 만드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헌 변호사 역시 "공수처를 만들자는 건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것으로, 문재인 정권의 코드인사로 공수처 내부 인사가 꾸려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④기존 수사기관의 수사 배제, 공론 과정 없는 공수처

    공수처의 직무가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 직무와 중복되면 먼저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 헌법정신 위배, 공론화 과정 생략 등도 참석자들은 우려했다.

    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부패범죄에 대한 기존 사정기관의 수사권을 제도적으로 배제하고 공수처에 전속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인데, 이렇게 검찰 수사권을 직접적으로 배제하는 일은 없다"며 "특히 고위공직자 부패범죄에 풍부한 경험과 역량이 있는 검찰 수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면 당분간 부패수사에 큰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공수처가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공유됐다. 박 변호사는 "공수처 정부안이 없는데, 이는 한 번도 공청회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토론 과정도 생략한 공수처안을 본회의에 올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사람이 아니라 어떤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할 것인지, 논의 대상을 옮겨 가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이 외에 독립기관인 공수처가 대통령직선제·삼권분립 등 헌법정신에 반한다는 문제도 거론됐다.

    이들은 '공수처' 대신 △특별감찰관제 등 기존 제도 보완 △검찰 독립·중립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 모색 △부패방지 주무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 기능에서 과거의 부패방지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 기능 독립 △검찰권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 마련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