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환수해 작년 개관… 공사관 간부는 계약서 위조 혐의로 경찰 수사 받아
  • ▲ 미국 현지 보수공사 업체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상대로 워싱법원에 제출한 소장.
ⓒ김영주 의원실 제공
    ▲ 미국 현지 보수공사 업체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상대로 워싱법원에 제출한 소장. ⓒ김영주 의원실 제공
    지난해 개관한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 보수공사비를 미지급해 현지 업체로부터 피소당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특히 공사비를 떼일 처지인 업체가 공사관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하고, 공사관 간부는 계약서 위조 혐의로 워싱턴D.C. 경찰의 수사를 받아 국제 망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사관 보수공사 대금 12만1000달러 미지급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워싱턴D.C. 법원 소송자료에 따르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현지 한인 교포가 운영하는 한 건설업체에 공사관 보수공사 대금 약 12만1000달러(약 1억4500만원)를 지급하지 않아 업체로부터 피소당했다.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은 문화재청 산하 법인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운영하며, 조선 말기 이하영 대리공사가 1889년 2월 입주한 뒤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1905년 을사늑약까지 주미 공관으로 사용됐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가 5달러에 사들인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아넘기면서 외국인 손에 넘어갔으나, 문화재청이 2012년 10월 100여 년 만에 다시 매입해 보수공사를 거쳐 2018년 5월 개관했다. 

    그러나 보수공사 과정에서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워싱턴D.C. 법원에 제출된 건설업체의 소장에 따르면, 재미교포 배모 씨가 운영하는 이 업체는 2018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대한제국공사관의 보수공사를 진행했지만 공사대금 12만1000달러를 받지 못했다. 

    이 업체는 대한제국공사관의 배수펌프 공사 5만 달러, 입구 계단 보수공사 2만5000달러, 창문 보수공사 1만550달러 등 총 15만4500달러어치의 공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공사관은 업체에 공사비로 3만3000달러만 지급했다.

    소장에 따르면, 업체 대표 배씨가 남은 공사대금 지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대한제국공사관 A관장과 간부 B씨는 공사 완료 후 잔여 공사대금을 지급하고 추가 공사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사대금 지급 관련 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 지난 8월부터 워싱턴D.C. 경찰의 수사를 받는다. 

    워싱턴D.C. 경찰 문서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해 10월4일 대한제국공사관 간부 B씨가 대한제국공사관 공사 관련 계약서의 피해자의 서명을 위조했다. 계약서에는 A관장의 서명도 있었다. 관장도 서명 위조 사실을 알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 업체, 공사관 건물에 '건설사 유치권' 신청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워싱턴D.C. 법원에 지난 3일 미지급 공사비를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공사관 건물에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가 대한제국공사관 건물에 '건설사 유치권'(mechanic's lien)을 신청한 것이다. 이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에 등기돼 공고됐다. 

    한국의 부동산 근저당 설정에 해당하는 '건설사 유치권'은 통상 미국에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건설업체가 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미지급 상대에게 담보를 설정하는 조치로, 해당 건물이나 공사업체 소재 지자체에 등기된다. 
      
    업체가 제기한 소송의 첫 공판은 내년 1월3일 열릴 예정이다. 

    김영주 의원은 "100년 만에 되찾은 대한제국공사관이 공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근저당까지 설정된 것은 나라 망신"이라며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즉시 공사비를 지급하고, 계약서 위조 혐의까지 받는 관장과 간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