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연관 검색어에 '나경원'… "결기 보여달라" ↔ "희화화 우려" 찬반 엇갈려
  •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삭발 압박’에 고심하는 눈치다. “조국 퇴진운동의 파급력을 위해선 나경원이 나서야 한다”는 쪽과 “희화화로 번질 우려가 있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기 때문이다. 

    ‘나경원 삭발 논쟁’은 이언주 무소속 의원과 박인숙 한국당 의원 등 여성의원들의 ‘결단’이 단초가 됐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 후 삭발투쟁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여성의원들이었다.  

    이후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삭발을 감행, 조 장관 퇴진을 위한 삭발 릴레이에 불을 댕겼다. 현재까지 조 장관 퇴진을 주장하며 삭발한 야권 인사는 이언주 의원, 박인숙 의원, 김숙향 동작갑 당협위원장, 황교안 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강효상 의원, 이주영 의원, 심재철 의원, 차명진 전 의원 등 9명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인사가 삭발투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지도부’ ‘여성’ 상징성 커… 파급력 만만치 않을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 ‘당 지도부’이자 ‘여성’인 나 원내대표의 삭발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상징성이 남다른 만큼 나 원내대표가 삭발한다면 조 장관 퇴진운동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당 인사들이 삭발 릴레이에 동참할 때마다 ‘나경원 삭발’이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삭발한다면 당내에서도 (조 장관 퇴진운동에) 동력을 얻을 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무시 못할 압박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본인의 선택 아니겠나. 여성의원이고, 당장 정기국회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도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조국을 공격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검색어에 ‘나경원 딸’ ‘나경원 사학’이 오르는 등 흠이 많았다”며 “그럴 경우 차라리 용감하게 사퇴하거나 ‘내가 있어 조국을 못 막았다. 죄송하다’며 본인이 삭발하는 결기를 보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지지층의 희화화 우려도… 나경원 “종합적으로 고려” 

    나 원내대표의 삭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나 원내대표 삭발을 여권에서 희화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나 대표님이 이번에 삭발만 해주신다면 민주당을 버리고 나 대표님의 자민당을 지지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는 한 민주당 지지자가 의도적으로 ‘자민당’(한국당을 일본의 자민당에 빗대 비하하는 말) 등의 단어를 사용해 나 원내대표를 조롱한 것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 삭발을 주장하는 쪽이 여당 지지자들 아니냐. 우리(야당)가 삭발할 때마다 ‘나경원은?’ 이러더라. 투쟁의식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것”이라며 “거기에 휘말려 삭발하기보다 나 원내대표 나름대로 원내에서 투쟁방식을 고민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재 전 한국당 법무특보도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 원내대표는) 사상 유례가 없는 정권의 탄생으로 불가피하게 ‘몸’으로 투쟁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며 “머리카락은 그냥 두시고 더욱 야멸차게 싸우시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나 원내대표는 17일 ‘삭발 압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많은 분들이 물어보고, 반대도 하신다”며 “이번 삭발투쟁은 당 대표님의 삭발투쟁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제가) 투쟁하는 데 주저하는 의미가 아니다. 투쟁이 갖는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