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각과 직권조정 차이 모르나?" 조선일보 비난… 박대출 "사실 보도에 물타기" 반박
  • 고민정(사진) 청와대 대변인이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KBS 방송(시사기획 창 -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에 대해 청와대가 낸 정정·사과 보도 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가 기각했다'고 전한 조선일보 보도를 가리켜 "무지의 소치"라고 비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의 청구는 기각된 게 아니라 직권조정 결정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으나, 언론중재위가 청와대가 낸 두 가지 신청(정정 및 반론 보도) 가운데 반론 보도만 직권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신청 일부가 기각된 것은 사실이다.

    이에 야권에선 "청와대가 여전히 언론 위의 권력으로 군림하겠다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소리를 높여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고 대변인 "조선일보 기사는 무지의 소치"


    이날 오전 고 대변인은 17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언급하며 "먼저 청와대는 KBS를 상대로 정정·사과 보도가 아닌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신청한 것이고, 해당 청구는 기각된 게 아니라 언론중재위로부터 직권조정 결정을 받은 것"이라고 정정했다.

    고 대변인은 "기각과 직권조정 결정의 차이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21조와 22조에 나와 있다"며 "조선일보가 두 단어의 차이를 몰랐다면 '무지의 소치'고, 알면서도 기각이라고 쓴 것이라면 그야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격"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에서 중재부는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 없음이 명백할 때에는 조정신청을 기각할 수 있고, ▲제22조에선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또는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신청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앞서 조선일보는 『재방송 취소 외압 논란 KBS '태양광 복마전' 방송… 靑 정정·사과보도 요구, 언론중재위서 모두 기각』이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 6월 KBS의 '태양광 사업 복마전' 방송에 대해 청와대가 낸 '정정·사과 보도 신청'을 최근 기각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공개한 중재위 결정문에 따르면, 중재위는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며 신청한 정정·사과 보도 요청을 모두 기각했다"면서 "다만 청와대 입장을 전달하는 '반론 보도'만 일부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靑 "대통령 비판하면서 사실 확인도 안해"

    청와대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신청한 방송은 지난 6월 18일 KBS 1TV에서 방영한 '시사기획 창 -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이다.

    이날 '시사기획 창'은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상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범정부 차원 TF에서 저수지 수면의 몇 %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지를 놓고 고민하다 '대통령이 60% 덮은 데를 보고 박수를 쳤다'는 전언이 나온 뒤로 처음에 30%를 합의해주다가 나중에 다 풀어버리더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당초 녹조 발생 우려 때문에 10% 이하를 검토하다,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반응이 전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차관이 직접 나서 30% 이상도 깔 수 있도록 제한을 풀었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시사기획 창'은 최규성 전 사장이 운영하던 태양광 업체(OO에너지) 사무실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국민정치연구소 민주연대 사무실이라고 밝혀, 소위 '태양광 복마전'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가중시켰다.

    방송 이후 정부와 산하단체, 태양광 발전업자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6월 21일 브리핑을 통해 "태양광 사업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허위 사실에 근거한 보도로, 사실이 아니"라면서 "태양광 패널이 저수지 수면을 60%가량 덮은 곳을 보고 '대통령이 박수를 쳤다'는 전언과, 차관이 '30%도 없애버립시다'라고 말했다는 얘기는 최규선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 수석은 "오히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3월 태양광 발전시설 제한 규정을 삭제한 한국농어촌공사에 제한 규정을 복원할 것을 검토했고, 이에 농어촌공사는 지난 4월 관련 규정을 복원했다"면서 "차관이 수면 비율 제한 조치를 풀어버리자고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수석은 "KBS가 노영민 비서실장 사무실이라고 한 곳은 노영민 실장과 무관한 곳인데 KBS는 이 부분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며 관련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요청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반박에 대해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6월 24일 기명 성명을 내고 '석연찮은 이유'로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재방송이 결방된 사실을 폭로하면서 이 사건은 '청와대 외압'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청와대는 해당 방송이 부실한 취재로 이뤄졌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했고, 지난 8월 12일 양측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중재위 심의가 열렸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양측의 의견을 들은 언론중재위는 지난 4일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 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나, 청와대가 수면적 60% 태양광 패널 설치를 정책적으로 추진 내지 지시한 적은 없고, 최혁진 사회적경제 비서관이 서울시 태양광보조금 지원에 관여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라는 내용을 반론 보도문으로 정하고 청와대와 KBS에 송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대출 "청와대, 사실보도에 '물타기' 말라"

    한편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 대변인이 조선일보 보도를 '무지의 소치'라며 강하게 비판한 것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고질병인 '언론 탄압병'이 또 도진 것 같다"며 "사실 관계가 잘못됐다는 고 대변인의 말은 '물타기성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고 대변인은 17일자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며 청와대는 정정·사과 보도가 아니라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했고, 관련 법률 상 기각이 아니라 직권조정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언론중재위는 청와대의 정정 보도 신청을 기각하고 반론 보도 신청만 직권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청와대가 이런 말장난으로 언론을 핍박하고 언론 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려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박 의원은 "딱하다. 이 정권의 언론관이 비뚤어져도 한참 비뚤어졌다. '조로남불'에 이어서 '고로남불'까지 얹힐 건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기각(棄却)'이라는 단어는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내버려 문제(問題) 삼지 않는다'는 사전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언론 보도에는 독자들이 알기 쉽게 상식 용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의원은 "고 대변인은 청와대가 사과 보도 청구는 안했다고 했는데, 언론중재위의 결정문을 다시 읽어 보라. 거기에는 청와대가 원하는 문구에 '최혁진 비서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있다고 적혀 있다. 이게 팩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사기획 창' 기자에 대해 '기자가 기사를 쓰지 왜 소설을 쓰냐'고 했던 사람이 누구인가. 소설 같은 기사를 썼는데 언론중재위가 반론 보도만 결정했다는 건가"라고 반문한 박 의원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사실 보도에 대해 '물타기' 말라. 언론에 윽박지를 게 아니라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