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안보실과 충돌 거듭… 김현종 해명에도 불화설 확산… 외교부 부인 속 '거취' 주목
  • ▲ 지난 16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장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6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장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6일 국회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불화설을 시인했다. 청와대는 17일 “확대해석”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외교부와 청와대 안팎에서는 강 장관과 김 차장 간 ‘기싸움’과 그 향배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김 차장은 18일 트위터에 "제 덕이 부족했다"며 자세를 낮췄다.

    강경화 “말다툼 부인 않겠다”… 靑 “불화는 아니다”

    강 장관이 김 차장과 불화설을 시인한 것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였다. 당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중앙아시아) 대통령 순방 때 김 차장과 다툰 적 있느냐? 말미에는 영어로 싸웠다는 말도 있다”고 묻자 강 장관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강 장관과 김 차장 간 ‘영어 말다툼’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 일어났다. 당시 김 차장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대신 순방에 참여, 일정을 진두지휘했다. 이때 김 차장은 외교부 직원들이 작성한 문건을 보고 “비문도 많고 오·탈자도 있다”며 고함을 쳤다고 한다.

    김 차장은 당시 순방을 수행한 외교부 직원들에게 문건의 오류 외에 의전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의 외교부 직원 비판이 거세지자 강 장관이 참다 못해 “우리 직원들에게 소리치지 마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나중에는 영어로 싸웠다. 김 차장은 “이게 내 방식(It’s my style)”이라고 큰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이 김 차장과 불화설을 시인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파워 게임’으로 논란이 확산하는 형국이 됐다. 청와대는 17일 외교부-국가안보실 불화설을 진화하고 나섰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부와 국가안보실 사이에)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는 있으나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양측 의견이 대단히 달라 함께 일을 못하는, 그런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기사가 너무 확대해석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외교부와 국가안보실 사이에는 협의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불화설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질 분위기였다. 결국 김 차장은 18일 트위터에 "제 덕이 부족했다"는 글을 올렸다. 김 차장은 트위터를 통해 "외교·안보 라인 간의 이견에 대한 우려들이 있는데,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세에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의욕이 앞서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제 자신을 더욱 낮추며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평소 외교부와 청와대에서 알려진 김 차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 ▲ 지난 8월6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월6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측근들 하나둘씩 영전… 강 장관 사퇴 준비?

    강 장관과 김 차장 간 불화설이 불거진 날 조현 전 외교부 제1차관이 유엔 주재 대사에 임명됐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맡았던 장원삼 대표는 미국 뉴욕총영사로 가게 됐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 측을 만날 때마다 강 장관을 배석했던 A단장과 B차관보는 각각 유럽 주요국 대사에, C국장은 동유럽 주요국 대사에 임명됐다.

    조현 전 차관은 지난 5월 외교부 기강해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바 있다. 당시 야당과 언론은 “강경화 장관이 외교부 기강해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조 전 차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강 장관 해임 여론이 잦아들었다.

    장 전 대표는 미국 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에 대응해 1조원 미만 선에서 타협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매년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한다는 요구만 관철시켰다. 유럽 국가 대사로 임명된 인물들 또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과 논의를 할 때면 강 장관을 옆에서 보좌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이 모두 대사 또는 총영사로 영전하자 외교부 안팎에서는 “강 장관이 혹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측근들의 영전이 ‘파워 게임’에서 강 장관이 승리한 정황을 확인해주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외교부 내에선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외교부는 물론 청와대 주변에서조차 강 장관이 국가안보실과 거듭된 의견충돌 때문에 물러나려고 측근들을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도는 상황이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 사태 당시 김 차장의 강경한 태도, 지금까지 외교부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 김 차장에 대한 평가 등이 강 장관의 향후 거취에 대한 추측의 근거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재외 공관장 인사와 강 장관의 거취는 전혀 무관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