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강행 당일에도 서울대·부산대 촛불 집회… 실망한 학생들 '수저계급론' 떠올리며 자조
  • ▲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청와대
    ▲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청와대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직후부터 대학가는 들썩였다. “국민을 무시한 처사”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이 아직 숱한데…"란 탄식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부정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길 바란다”는 소수의 바람은 묻혔다. 

    서울대학교는 9일 저녁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3차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에 참가한 500여 명의 학생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을 비판했다. 

    같은 시각 부산대학교에서도 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조로남불’, ‘흙수저는 학사경고, 금수저는 격려장학’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조 장관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 4년제 대학생 A씨는 “불공정한 사회에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불만의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다. 정치적인 진영논리를 떠나 언행불일치한 조 장관의 모습에 실망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주장했지만, 남에게는 엄격하고 본인과 가족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검찰 개혁을 잘 이끌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서둘러 법무부 인사를 낸 10일에도 학생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대 치의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딸이 1저자로 기재된 논문 게재가 취소되고, 아내인 정경심 교수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며 “아직도 수많은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장관을 맡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 ▲ ▲ 고려대 학생생들이 6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세 번째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번 집회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하셨기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빈소를 마련해 장례형식으로 진행됐다.ⓒ박성원 기자
    ▲ ▲ 고려대 학생생들이 6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세 번째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번 집회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하셨기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빈소를 마련해 장례형식으로 진행됐다.ⓒ박성원 기자
    조국 사태에 '수저계급론' 대두…시작부터 다른 현실에 ‘씁쓸’

    조 장관의 특혜 논란으로 인해 대학가에는 ‘수저계급론’이 다시 등장했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수저계급론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자조적인 키워드다. 조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제 아이가 누렸던 당시 제도를 흙수저 청년들은 누릴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 점에 있어 지금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며 직접 '수저계급론'을 언급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다. 무엇보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깨졌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학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삶이 나와는 시작부터 다르다는 것에 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취업준비생 B씨는 “조 장관의 딸이 쌓은 과도한 스펙은 금수저 배경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최선을 다한다 해도 출발선이 다르면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에 힘이 빠진다”고 탄식했다.

    전문대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학벌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성공을 위한 첫 관문이 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는 수순이다. 이번 사태로 소위 수저론과 같은 계급문제가 다시 집중되면서 학생들의 실망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정부가 평등과 균등한 기회를 내세우며 서민층을 대변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기대가 꺾이고 있다. 특히 전문대의 경우 집안형편이 안 좋은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학생들의 사기가 장기적으로 저하될까봐 염려된다”고 전했다.  

    전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괜찮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었는데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빠르게 취업하기 위해 전문대를 선택했다.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지만, 조 장관 딸의 특혜 사실을 보고 씁쓸함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정의 강조하던 정부 아닌가… 배신감 느낀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치 불신이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평등과 공정, 정의를 강조한 현 정부에 대해 실망했다는 입장이 대다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평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잘 봉합되지 않을 경우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A씨는 “허탈하다. 많은 학생들이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반대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현 정부에 배신감까지 든다. 청년들이 목소리를 높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니 더 이상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참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의 한 교수는 “실제 학생들을 만나보면 이번 논란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결과,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 학생들은 이해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나와 직접적인 문제라면 관심을 가질 텐데 아예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런 부류의 학생들이 사회에서 소외돼 정치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공정과 정의가 사회에 제대로 안착돼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계와 대학도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던 부정행위를 근절하고, 제대로 된 교육 개혁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