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자유의사 제압하기 충분한 위력…성폭행사건 성인지 감수성 잃지 않아야"
  •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데일리 DB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데일리 DB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에게 9일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등 혐의 상고심에서 그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수행비서 김지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안 전 지사의 지위가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은 일관되고 그 내용이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 신빙성이 있다"며 "안 전 지사의 지위나 권세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피고인이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 직전·직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업무상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성폭력사건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성폭행이나 성희롱사건의 심리를 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약 7개월 동안 김씨를 4회 위력으로 간음, 1회 위력으로 추행, 5회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 있었지만 이를 행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김씨의 진술이 일관돼 신빙성이 있으며,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안 전 지사에게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