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이재용 파기환송… 대법원 '국정농단' 상고심 재판
  •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2018도14303) 등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뉴데일리 DB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2018도14303) 등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뉴데일리 DB
    대법원이 '국정농단'사건 피고인인 박근혜(67) 전 대통령, 최순실(63·본명 최서원) 씨,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서 형을 확정짓지 않고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5년, 최씨 징역 20년형, 이 부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유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이들 사건에 대한 판단을 모두 고법으로 넘기면서, 박 전 대통령의 연내 사면도 멀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2018도14303), 최씨(2018도13792), 이 부회장(2018도2738)의 상고심 재판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파기환송했다. 이들에 대한 최종 형을 확정짓지 않고 고등법원에서 다시 유·무죄를 다투라는 의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 최씨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봤다. 

    ① "朴 사면 가능하려면 최소 8개월" 

    법조계는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박 전 대통령의 연내 사면은 물거품이 됐다는 공통된 의견을 전했다. 현행 사면법 제3조에 따르면, 특별사면이나 감형 대상은 '형을 선고받은 자'에 한한다. 복권의 경우에도 '형의 선고로 인해 법령에 따른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가 대상자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재판부가 원심에 사건을 돌려보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 대법원이 스스로 판단해서 형량을 확정하는, 이른바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해도 됐었다"면서 "특히 국정농단사건과 같은 중요 재판은 이런 파기자판을 할 수 있었는데 대법원은 결국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이는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기자판은 상소심 법원이 상소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그 사건을 스스로 재판하는 제도다. 

    서 변호사는 이어 "2심 4개월, (상고한다면) 대법원 4개월 걸린다고 예상하면 박 전 대통령이 사면받을 수 있기까지는 최소 8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현재 국정농단 재판은 기소로부터 2년 이상 지났는데, 이처럼 중요한 사건이 오래 된 건 사법부 책임이 크다"고 부연했다. 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2년 정도만 형을 살게 했던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의 양윤숙 변호사 역시 "오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이 확정됐더라면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고심만 남게 되는데, 이 상고심은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러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재판이 확정되므로 사면 의지만 있다면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재판확정이 지연돼, 실질적으로 내년 총선 전 사면은 어려워졌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검사 출신의 A변호사는"박 전 대통령 등은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고, 이후 다시 상고심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사실상 1년 이상이 돼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리면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은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며 "사실 이번 대법원 선고만 보면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염두에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 법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② 이재용 형량 높아질까? 

    법조계가 주목하는 이번 선고의 또 다른 핵심은 '이 부회장의 형량'이다. 그간 '국정농단'에 대한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 '최씨 딸, 정유라에게 삼성이 빌려줬다는 말 3마리가 대가에 따른 뇌물인가'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었다. 대법원은 삼성의 말들에 대해 '말 자체를 뇌물로 인정할 수 없고, 말들의 무상사용을 뇌물로 받았다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는 2심에서 인정한 약 36억원에서 약 5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의 핵심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봤다. ⓒ정상윤 기자
    ▲ 법조계에서는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의 핵심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봤다. ⓒ정상윤 기자
    서정욱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형량이 올라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체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한다"면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를 맞출 텐데, 과연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를 낮춰 잡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건넨 뇌물 액수가 기존 액수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서 변호사는 다만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뇌물액수가 50억원이 넘는다고 해서 반드시 실형이 나오진 않는다"면서 "현행법상 작량감경제도가 있어서 이 부회장의 경우 징역 3년형에 집행유예 5년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형법 제53조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작량해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재판부 재량의 영역이다.

    그러나 A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실형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세 사람 모두 형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이 부회장은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받게 되면 6개월 안에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재판부가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 액수가 박 전 대통령, 최씨와 비슷해질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현행법에 따라 이 부회장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될 것 같다"며 "현행법상 징역 3년 이하를 선고받을 때에만 집행유예도 선고될 수 있으니,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이 부회장이 상고해도 100% 기각될 것"이라는 말도 더했다.

    ③ 삼성 승계를 위한 대가?

    '국정농단'사건은 결국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대가로 박 전 대통령, 최씨 등에게 청탁했는지 여부로 귀결된다고 법조계는 판단한다. 이번에 대법원은 삼성이 정씨에게 건넨 말 3마리를 뇌물로 인정하면서, 이런 행위가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작업이었다고 판단했다.

    양윤숙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선고의 핵심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공여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삼성이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현재 명확한 객관적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수사의 유력한 정황증거를 대법원이 만들어준 꼴"이라면서 "이번 판단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는 50억원이 추가되어 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삼성 승계 부분에 있어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는데, 이렇게 청탁이 인정된 것이 잘못"이라며, 그 이유로 '묵시적 청탁은 재판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삼성의 승계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는 증거도 없어 이 역시 아니라고 본다"고 서 변호사는 말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뇌물수수, 제3자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최씨는 뇌물수수, 제3자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부회장은 최씨 등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