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8년 초연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장면.ⓒ달컴퍼니
    ▲ 2018년 초연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장면.ⓒ달컴퍼니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반일(反日) 감정의 여파가 공연계까지 미치고 있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이 취소됐다.

    제작사 달컴퍼니는 20일 공식 SNS를 통해 "2019년 10월 예정돼 있던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며 안내문을 게재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남몰래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라는 기획의도로 10월 8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재공연될 예정이었다.
  • ▲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달컴퍼니 페이스북
    ▲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공연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달컴퍼니 페이스북
    달컴퍼니는 공연 취소 이유에 대해 "최근 일본과 정치·경제적인 문제로 악화되고 있는 양국 관계와 그로 인한 범국민적 분노에 깊이 공감하며,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별개로 현 시점에 본 작품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초연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좀도둑 아츠야, 쇼타, 코헤이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창구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원작은 전 세계 1200만부 판매고를 올렸으며, 국내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 가장 많이 판매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의 취소는 연극 '빙화'에 이은 두 번째다. 국립극단은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으로 '빙화'(임선규 작, 연출 이수인)를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올릴 계획이었지만 지난 5일 취소 사실을 알렸다.

    '빙화'(1940)는 일제강점기 연극통제정책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극제' 참가작으로, 친일적인 요소를 담은 희곡이다. 임선규 작가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됐다.
  • ▲ 연극 '왕복서간' 공연 장면.ⓒ벨라뮤즈
    ▲ 연극 '왕복서간' 공연 장면.ⓒ벨라뮤즈
    오는 9월 27일~11월 17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재연되는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이하 '왕복서간')도 몸 사리기에 나섰다.

    지난 4월 초연된 '왕복서간'은 일본 추리 소설가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의 3편 중 '십오 년 후의 보충수업'이 원작이다. 중학교 동창이자 지금은 오래된 연인 사이인 준이치와 마리코가 편지를 주고 받으며 15년 전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형식의 서스펜스극이다.

    공연 기획사 벨라뮤즈는 8월 초 티켓 오픈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관계자는 "일본 출신의 작가가 쓴 작품이긴 하나 일본을 옹호하거나 친일에 대한 감정을 다룬 작품이 아니다. 세상 어디에서 존재하는 인간 본연의 감정인 사랑에 대해 다룬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사회적인 여론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단순히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공연 제작을 중단하는 것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에 대한 예의와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 ▲ 그림자 인형극 '루루섬의 비밀' 공연 장면.ⓒ예술의전당
    ▲ 그림자 인형극 '루루섬의 비밀' 공연 장면.ⓒ예술의전당
    이 외에도 지난 11일 막을 내린 제6회 명주인형극제에서는 네 차례 선보일 일본팀 공연이 취소됐으며, 9월 3일 개막하는 '2019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도 6개 일본팀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5일까지 공연하는 '루루섬의 비밀'은 지방과 연말 공연이 논의 중이었으나 무산됐다. 작품은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일본 그림자 전문극단 카카시좌가 2013년부터 5년간의 제작 워크숍을 거쳤으며, 대사 없이 진행되는 인형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