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들 "일자리 현금 일부만 도와줬어도… 탈북민 모자 아사는 정부가 빚은 참사"
  • ▲ 지난 4월 주중 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 ⓒ뉴시스
    ▲ 지난 4월 주중 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 ⓒ뉴시스
    서울 관악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탈북 모자 아사(餓死)사건’을 두고 탈북단체가 서울시와 정부의 소극적 탈북 지원이 빚은 ‘비극’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청년수당 같은 포퓰리즘 정책에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으면서도 취약계층인 탈북자 지원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2009년 탈북한 한모(42) 씨와 아들 김모(6) 군은 지난 1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다. 수도세를 납부하지 않아 단수됐음에도 집안에서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인이 한씨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들의 사망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모자의 죽음에 자살·타살 흔적이 없고, 발견 당시 자택에 고춧가루를 제외한 식·음료가 없었던 상황을 근거로 한씨 모자의 사인을 '아사'로 추정했다.

    "일자리 창출엔 현금 나줘 주면서 탈북자 지원은 줄여"

    탈북민단체들은 '탈북 모자 아사'사건에 대해 ‘현 정부와 서울시가 빚은 참사’라며 개탄했다. 청년수당 같은 포퓰리즘 정책엔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정부 도움이 절실한 탈북민 지원엔 '인색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서울시나 정부가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많은 예산을 현금으로 나눠 주면서 탈북자 지원은 대폭 줄였다”며 “이러한 예산의 일부라도 탈북자들의 정착과 생활 지원을 위해 사용했다면 이렇게 비참하게 모자가 굶어죽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청년수당 등 사회복지 예산으로만 11조1574억원을 편성, 사용한다. 전체 예산의 35%를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중 탈북민 지원사업 예산은 5억2200만원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초 전입 기초생활물품사업, 서울의료원과 협약한 치과진료지원사업, 건강증진사업으로 대사증후군 검사를 해주는 사업이 있다”며 “시비로 하는 사업은 세 가지뿐”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탈북민 지원 예산과 서울시의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적받는 ‘청년수당’ 예산이 대비된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현재까지 2만 명에게 518억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에만 154억8600만원을 지급했으며, 2차 모집에서 추경으로 30억5000만원, 9월에도 150억원가량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올해 서울시 청년수당 예산은 330억원 정도로 전망된다.

    여명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의원은 “서울시의 탈북민 지원정책이 매우 좁고 한정돼 있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금성 복지에 집착하지 말고 탈북민 지원사업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북한인권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

    탈북민이나 북한인권 관련 예산에 대한 정부의 행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북한인권 실상을 기록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북한인권재단의 지원예산을 2018년 108억원에서 내년 100억원 삭감된 8억원으로 책정했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정착금은 2018년 584억원에서 185억원이나 줄어든 399억원이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올해 청년구직활동지원사업에 158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8만명가량이 수혜 대상이다. 지난 6일에는 수급자 선정 기준을 '우선순위 적용'에서 기본요건만 충족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조건충족형'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탈북 모자' 죽음과 포퓰리즘 예산을 비교하며 정부를 비난했다. 네티즌의 글 가운데는 “탈북자도 제대로 못 돌보면서 통일 운운하는 거 보면 기가 찬다” “친구가 대학 졸업하고 집에서 게임하고 술 먹는데 나라에서 수당 준답니다” “진짜 세금은 이런 곳에 쓰여야 하는 것 아닌가” 등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편 경찰은 이들 모자의 사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