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하늘마저 로스께와 뛔국에 개방하다니...그 옛날 ‘조선의 위태로운 춤’이 새삼스럽지 않다
  • 李 竹 / 時事論評家

      “주상(主上) 전하(殿下)! 도승지(都承旨) 문안 겸, 보고 드립니다. 밤새 안녕하십니까?”

      “아무렴요. 그래, 밤새 별 일은 없었지요?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내리는 모양인데, 우리 남녘이야 그렇다 치고 북녘 평양은 비 피해가 없나요?”

      “예! 아직은 멀쩡하답니다. 날씨도 날씨지만...
      엊그제 북녘의 국무원장님께서 친히 지도하시는 가운데, 또 다시 미사일을 그것도 두발씩이나 동해에 처박았다고 합니다. 이미 전하(殿下)께서 보고를 받으셨지만, 그 이틀 전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대형 잠수함을 공개했다지 뭡니까.

      “허허! 그랬다고 들었지요. 헌데 그 잠수함 껍데기가 고철(古鐵) 같다는 소리가 나오던데... 우리 영일만(迎日灣)에서 만드는 철판이라도 국무위원장님께 보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동해에 미사일을 처박으셨다니, 감사를 표해야 안 되겠습니까. 성능도 매우 좋은 거라고 하던데, 이제 북녘의 미사일 총량에서 빼기 2를 해야 하는 거 아니겠나. 이걸 뭐 ‘군축’(軍縮)이라고 한다지요? 하여 우리도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하지 않나요. 이 기회에 미사일을 두 발 처박읍시다. 그 무슨 ‘현무’라는 게 있다던데...
     
      “전하! ‘영일만 철판’을 북녘에 보내는 문제는 긍정·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만... 우리도 미사일을 처박는 건 좀...”

      “아∽ 무슨 장애가 있나요?”

      “그렇지 않아도 북녘의 잠수함과 미사일 때문에 보수꼴통인 이 나라 ‘국민’(國民)들이 보복 조치 운운하고, 양키군대와 다시 연합군사훈련을 해야 한다며 계속 시비질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북녘 국무위원장님과의 맹약(盟約)인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겁니다. 그러니 그저 모른 체하는 게 어떨지요? 그래서 이 나라 ‘국민의 군대’도 계속 ‘분석 중’인 겁니다.”

      “고오∽래! 아하! 그게 맞겠네요. 그리고 듣자하니, 국무위원장님께서는 우리가 성의를 다해 갖다드리려는 쌀도 안 받겠다고 하셨다지요. 또한 미사일을 동해에 처박으시면서는 ‘미사일 발사는 남조선 조정(朝廷)에 대한 경고’라고 짖으셨다면서요.
      최근에 상당히 섭섭하신 게 많은 듯하니, 빨리 풀어드릴 수 있는 방도를 대신(大臣)들과 숙의해 보세요. 과인(寡人)도 되도록 속히, 적당한 시기에 위원장님의 노여움을 식힐 수 있는 말을 뱉어볼 참이니까요. 우선은 ‘위원장님의 조선반도 비핵화 의지는 결코 변함없다’고 강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그런데... 아주 중요하고 경하(慶賀)할 일을 말씀 여쭙겠습니다. 전하께서도 충분히 예상하셨겠지만, 이번에 ‘우리 하늘’을 로스께와 뛔국의 군대에게 널리 개방한 일로 인해 나라 안팎이 뜨겁습니다.”

      “아하! 그래요. 그 ‘우리 하늘 개방’은 동아(東亞)의 안보 규제를 혁파(革罷)하기 위한 ‘담대(膽大)한 혁신(革新) 조치’였잖소. 그래 반응이 어떠하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로스께와 뛔국은 물론이고 많은 나라들이 찬탄(讚歎)의 목소리만은 아끼지 않고 있답니다. 역시 ‘동방의 등불’ 답다고. 심지어 양키나라도 ‘독도는 남조선 땅!’이라고 명백히 추켜세웠지요. 더군다나 왜국(倭國)은 이 담대한 개방 조치에 화들짝 놀라고 있답니다.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꾸준하게 견지해 온 국제사회의 큰 흐름에 반하면서까지 그 무슨 ‘수출 규제’라는 폐쇄적·쇄국적 조치를 감행한 것을 막상 후회하는 눈치라지 뭡니까. 국제사회가 ‘저 봐라! 남조선은 하늘도 과감하게 개방하지 않는가’라며 왜국(倭國)에 손가락질을 하게 될 거라고들 합니다.”

      “하하. ‘동방의 등불’이라... 아니 이젠 ‘동방의 촛불’이 맞소이다. 그건 그렇고...
      허면, 이 나라에 사는 ‘백성’(百姓)들은 어찌 보고 평가한답디까. 또 좋은 꺼리는 없나요?

      “전하(殿下)! 이 ‘촛불 조정(朝廷)’은 앞으로도 탄탄대로일 거라는 수군거림이 장안에 가득 찼다고 합니다. 이 나라에 사는 ‘백성’들은 ‘하늘 개방’에 대해 환호작약(歡呼雀躍), 그 자체지요. 더군다나 이로 인해 왜국(倭國)을 발 아래로 보고 자긍심에 가득차서 왜의(倭衣)·왜식(倭食)·왜주(倭酒)·왜차(倭車) 등 ‘왜’자 돌림을 전부 거부하는 거대한 물결이 요동치고 있답니다.
      특히, 그 ‘백성’들 중에 가장 깨어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북녘 국무원장님을 믿고 따르는 ‘인민’(人民)들은 엊그제도 한성(漢城)에 있는 왜국(倭國)의 ‘후지 TV’ 지부를 덮쳤듯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뭐, 다른 문제가 있나요? 솔직하게 말씀하시지요. 도승지 영감!”

     

  •  “예. 좀 곤란한 문제가... 다름이 아니오라, 이 나라에 사는 ‘백성’들과 ‘인민’들의 매우 ‘애국적’인 경거망동(輕擧妄動)에 비해, 정작 이 나라 ‘국민’들은 냉랭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놓고 전하(殿下)와 조정(朝廷)을 능멸하고 있다지 뭡니까. ‘무능하다’ 거나, ‘사대(事大)다’ 또는 ‘반역(叛逆)이다’ 등등... 거 참, 망극하게도... ”

      “헐! 고얀 지고... 이 나라가 이렇게 갈라져서야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런 짓거리에 앞장서는 작자들을 호되게 다스려야 하건만... 허나, 과인(寡人)은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벼슬이 높아진 ‘우리 검찰총장님’과 앞으로의 ‘형조판서’(刑曹判書)가 짝꿍이 돼서 몇몇 질이 나쁜 ‘국민’ 놈들의 주리를 틀고, 조정(朝廷)의 일에 쌍지팡이를 짚는 녀석들에게 치도곤을 안기면 빠른 시간 내에 평정을 되찾을 겁니다.
      그러니 조정(朝廷) 대신들은 심려치 말고, 날씨도 무덥고 하니 휴가(休暇) 나들이 계획이나 어서 세우도록 하세요!
      대신 과인(寡人)의 뜻은 이 나라 안에서 즐기는 것이고, 특히 왜국(倭國) 나들이는 절대로 안 된다고 전하시오.".

      “분부 받자옵니다. 성은(聖恩)이 망극하여이다. 나날이 홍복(洪福)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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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으로부터 121년 전(前) 프랑스의 만화가·삽화가인 ‘조르주 비고’(Geores Ferdinand Bigot)란 작자가 펴낸 화첩(畫帖)에 실려 있다는 풍자화를 보게 되었다. 당시 이 땅 조선(朝鮮)의 처지를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단다.

      그 화집이 발간된 1898년의 한 해 전(前)인 1897년, 이 땅에는 ‘대한제국’(大韓帝國)이 섰다. 막 되먹게 표현하면 ‘이씨 조선’이 무늬만 바꿔보려고 한 것이다. 그저 ‘왕’(王)이 ‘황제’(皇帝)가 된다고 해서 무너지는 나라를 건질 수 있다고 믿었을까.
      그리고 8년 후에는 ‘왜국’(倭國)에 외교권을 넘겨줬다. 또 5년이 흐르고는 ‘국권’이 통째로 넘어간다.

      ‘조르주 비고’가 그렸다는 ‘조선의 위태로운 춤’이란 풍자화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 오는 건 왜일까?
      그 만화가의 120년 앞을 내다본 예지(豫知)에 놀라서? 아니면, ‘나쁜 역사는 반복된다’는 섬뜩한 불안감 때문에?
      혹시, 그 풍자화의 제목을 ‘남조선의 깨춤’ 정도로 바꾸면 현재 이 나라의 황당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 건 아닌지...

      많은 말들이 필요치 않을 듯하다. 수 백 번 ‘전하’(殿下)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해서 바뀔 것 같은가.
      이 땅의 외교권이 다른 나라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직전, 한성감옥(漢城監獄)에서 스물아홉의 젊은 ‘조선(朝鮮) 혁명가’가 절규했던 그 외침을 또 다시 적어본다.

      “국민 한 사람은 나라라는 큰 실타래의 실 한 올에 비유될 수 있다. 나라를 위한 자신의 직분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나 사회에도 오히려 나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나은 데 그 나라가 어찌 다른 나라보다 못하겠는가.”
    <이 죽>

  • ▲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29세때 러일전쟁이 터지자 한성감옥에서 급히 저술한 옥중명저 [독립정신] 표지.
    ▲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29세때 러일전쟁이 터지자 한성감옥에서 급히 저술한 옥중명저 [독립정신]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