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 연세대 교수 외신 기고서 "한반도 평화국면 맞자 수출규제로 갈등 조성"
  • ▲ 아베 신조 일본 총리ⓒ뉴시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뉴시스.
    일본 아베 정권이 7월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외교적 문제에 따른 갈등이나 경제 마찰이 아닌, 동북아 지역 질서를 바꾸려는 일본의 전략적 행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안보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연세대 김기정 교수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한국을 상대로 한 아베 신조 총리의 공정하지 못한 무역 전쟁'이라는 글에서 아베 정권이 한국을 공격하는 이유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일본의 군사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베 정권이 2017년 총선 당시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국과 미국, 일본을 도발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고 나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위기가 고조됐다. 김 교수는 "아베 정권이 중요한 계획(평화헌법 개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국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국면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2018년 아베 정권 입장에서 문제가 생겼다.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조차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반도 갈등 조성하려 '수출 규제'로 한국 공격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는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여론 형성을 해야 하는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강대국들 사이에서 생존을 강요 당할 수 밖에 없었고, 자체 문화와 언어 등을 가지고 위기를 잘 넘겨왔다"면서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한반도와 중국까지 아우르는 지역에서 갈등이 사라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일본은 한국을 북한처럼 '악당 국가'로 몰아 수출 규제로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시점이 남북한과 미국이 지난 6월30일에 판문점에서 회동을 가진 이튿날이라고 지적했다. 
  • ▲ 일본 대사관 앞 규탄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 일본 대사관 앞 규탄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일 무역분쟁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판결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한국인 강제 징용자들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한 때문"이라면서 "반면 아베 정권은 1965년 한일청구원협정으로 모든 배상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베 정권은 문재인 정부가 민주국가로서 삼권분립 원칙을 존중한다며 사법부의 판결에 정부가 개입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일본이 이를 두고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 등으로 비판한 대목이 그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정부 간 협상에 얽매이기보다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찾고 그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출 규제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일본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최근 한국에 구사하는 전략은 '평화 중심 세계관'에 대한 '갈등 중심 세계관'의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정 교수 "아베, 정치적 목적 위해 한반도 분단 바란다"

    김 교수는 또한 현재 한일 간 분쟁을 "21세기 국제관계와 19세기 제국주의 간의 전쟁"이기라고 불렀다. 그는 "역사는 그 동안 평화와 인권, 그리고 자유를 향해 진행돼 왔지만 아베 정권은 거꾸로 100여 년 전 소수의 일본 위정자들의 그릇된 결정으로 야기 된 한일 관계의 비극의 출발점에 머물러 있다"며 아베 정권을 제국주의 세력인 것처럼 표현했다.

    그는 또한 "강대국에 의해 한반도가 분단이 됐고, 이는 한국인 입장에서 엄청난 비극"이라고 전제한 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반도의 분단과 대립 상태를 유지하려는 아베 정권의 한반도 전략은 '분할과 통치(divide and rule)'를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아베 정권의 행태에 한국인들은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본의 전략을 구시대적이고 터무니없는 시도"라며 "(남북대화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 공존은 일본 기업들과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