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레이더로 430km 추적 후 놓쳐… "실제 사거리는 800km, 日 사세보항도 사정권"
  • ▲ 지난 25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데 근거한 북한 탄도미사일 궤적. 합참은 26일
    ▲ 지난 25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데 근거한 북한 탄도미사일 궤적. 합참은 26일 "두 발 모두 600여km를 비행했다"고 정정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지난 25일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실제 비행거리는 2기 모두 600km가량이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26일 밝혔다. 군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430km까지는 궤적을 포착했지만, 그 뒤로는 추적에 실패했다. 김정은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우리 정부를 향한 강력한 경고라고 협박했다.

    합참 “북한 탄도미사일, 비행 막판에 추적 실패”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는 이날 “어제 북한이 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두 발 모두 비행거리가 600km였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사거리가 430km”라고 발표했던 이유는 군이 이 거리까지만 추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군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데 실패했다”는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합참은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니고, 북한이 미사일을 북동쪽으로 쏘는 바람에 레이더 탐지의 ‘소실제한구역’이 생겨 430km를 비행한 뒤로는 추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소실제한구역’이란 레이더 탐지 음영지대다. 레이더가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없는 거리와 고도를 말한다. 합참은 “우리 탐지 레이더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남쪽이나 남동쪽으로 쏠 때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때는 ‘소실제한구역’이 없어 모두 포착할 수 있지만, 북동쪽으로 쏜 데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는 비행궤적이 달라 추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어제 북한이 쏜 미사일은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며 “한미 당국이 공동 평가한 결과 사거리는 600여 km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 탄도미사일은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비행하는 보통 탄도미사일과 달리 성층권을 살짝 벗어난 고도 50여 km까지 상승한 뒤 수평으로 비행하다 목표물에 가까워지면 높게 치솟았다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내리꽂힌다.
  • ▲ 이스라엘 엘타사의 그린파인 레이더. 한국군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 레이더는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망에 사용된다. ⓒ이스라엘 엘타사 공개사진.
    ▲ 이스라엘 엘타사의 그린파인 레이더. 한국군도 도입해 사용 중이다. 이 레이더는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망에 사용된다. ⓒ이스라엘 엘타사 공개사진.
    합참은 “어제도 두 가지 이상의 탐지자산을 사용해 추적했으며, 그 외에도 한미연합 자산을 계속 사용해 감시 중”이라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25일 북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뒤 추적에 나선 것은 육군의 '슈퍼 그린파인 대포병 레이더'였다.

    한국군이 북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궤적을 모두 추적하지 못한 점과, 이지스 구축함이 동해에 배치돼 있지 않은 점 등에 관련해 합참은 “우리는 '이동식차량발사대(TEL)'를 포함한 북한의 모든 활동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고, 이지스 구축함이 아니라도 다른 탐지자산으로 충분히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문재인, 사태 심각성 깨닫고 무기 도입과 한미훈련 중단해야”

    북한 선전매체는 김정은이 25일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를 직접 지도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이 “첨단 공격무기를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 전술유도무기(미사일) 사격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탄도미사일의 저고도 활공 도약형 비행궤도의 특성과 그 위력을 확인한 뒤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이어 측근들에게 한국의 정세를 설명한 뒤 “최근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이 저들의 명줄을 걸고 끌어들이는 최신 무기는 공격형 무기”라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초기에 그것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물리적 수단의 개발과 실전배치를 위한 시험이 급선무이자 필수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또 “남조선 당국자들이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면서 뒤돌아서서는 최신 공격무기를 반입하고 합동군사훈련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한다”면서 “남조선 당국자가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 무기 도입이나 연합훈련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 ▲ 지휘실에서 탄도미사일이 보내는 텔레메트리 신호에 따라 나타난 궤적을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선전매체 화면캡쳐.
    ▲ 지휘실에서 탄도미사일이 보내는 텔레메트리 신호에 따라 나타난 궤적을 지켜보는 김정은. ⓒ북한선전매체 화면캡쳐.
    김정은은 이어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 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협박하면서, 측근들에게는 “쉬지 말고 전쟁무기를 개발하라”고 명령했다.

    김정은이 말하는 ‘남조선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 풀이됐다. 북한 선전매체는 2017년 6월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을 쓴다.

    한미연합사 “북한 미사일 위협 아니라는 표현은 오해”

    합참과 한미연합사의 26일 설명과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에 따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이 ‘이스칸데르’와 거의 같은 종류라는 점은 확인됐다. 문제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와 파괴력이다. 합참과 한미연합사는 북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600여 km라고 발표했지만, 국방부 안팎에서는 690km였다고 보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한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최대 800km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남쪽이나 남동쪽으로 이 탄도미사일을 쏠 경우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규슈, 특히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 기지가 있는 나가사키현 사세보항도 사정권에 든다. 사세보항은 미 해군 항공모함과 이지스 순양함 등이 자주 기항하는 요충지다.

    한편 한미연합사는 “주한미군에서는 북한 탄도미사일은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진후 한미연합사 공보실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대한민국에 당연히 위협”이라며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는 말은, 어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한국이나 미국을 향한 게 아니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