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재부 안보다 44조나 더 늘린 총선용 예산… 野 "재정중독 위험 수위" 경고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이 실시되는 내년도 예산 편성 규모를 514조원으로 잡고 확장적 재정 운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논란이 일었다.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장기화 가능성과 국내경제 상황 악화에 재정을 풀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채 발행이 늘고 세수가 줄어드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기금 총 지출을 취합한 결과 올해 예산(469조6000억원)보다 6.2% 늘어난 498조7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보다 최소 44조원 더 늘려 514조원 이상을 편성하라고 압박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 세수 전망과 경제 전망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해 증가율을 어느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올해 수준(9.5%) 이상은 돼야 하고, 500조원을 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 역시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을 비롯한 경제 관련부처 장관들과 오찬자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하향조정돼 (재정건전성에) 여지가 생겼으니 그런 것을 고려해 재정운용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당의 견해를 적극 반영해 전년 대비 예산 증가율을 높여가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편성된 예산안 두 번 모두 부처 요구 예산 취합 때보다 최종 확정 예산안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높았기 때문에 이는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 같은 의도는 총선을 10개월 앞두고 지역 민원이나 SOC·토목 건설 같은 선거용 사업에 세금을 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눈에 보이는 발전에만 힘쓰는 동안 사회기반시설들은 몹시 낡고 노후했다"며 "예산 지원, 법 개정을 위해 관련 상임위와 적극 논의하고 대처하겠다"고 공언했다.

    적자국채, '미래 세대에게 떠안기는 빚'

    정부는 과연 '슈퍼예산' 운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을까. 세수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면서 전체 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내년엔 13조원가량 줄 전망이다. 경기 부진으로 주요 기업들의 법인세가 올해보다 4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최근 6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 부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투자와 내수도 여전히 부진하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하고, 정부 역시 다음달 초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기존 2.6~2.7%에서 2.4% 안팎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현금복지예산은 불황이라고 해서 줄일 수도 없다. 세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적자국채를 대량으로 찍을 수밖에 없다. 적자국채는 '미래세대에게 떠안기는 빚'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심사가 늦어지는 것도 국채 발행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3일 ‘2019년도 제1회 추경 분석’ 보고서를 통해 “연례적인 추경은 재정정책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며 “특히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집행 속도도 문제다. 더디다. 지방정부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당초 올 상반기 안에 전체 재정의 61%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중앙정부의 집행률은 32.3%로 당초 계획(30.1%)을 초과달성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지난해 집행률(26.3%)보다 낮은 24.4%에 그쳤다. 각종 사업의 '행정절차 처리' 때문에 늦어진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예산이 내려가도 실제로 집행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쓰고 남은 불용예산은 지난해 8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 11조원에서 2017년 7조1000억원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높아진 수치다. 재정 지출의 지연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1분기 성장률에서 정부 지출 기여도는 -0.7%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2%)보다 크게 악화하면서 ‘성장률 쇼크’(-0.4%)를 부추겼다.

    김광림 "文정권 '포퓰리즘·퍼줄리즘', 재정 미래 어둠으로"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재정중독’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며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강하게 반발한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정권의 ‘포퓰리즘’ ‘퍼줄리즘’이 대한민국 재정의 미래를 어둠 속으로 몰고 가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문 정권이 첫 번째로 2018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 그때도 예산실장을 비워두고 정부 예산 심의를 끝냈고, 경제부총리가 예산안을 언론에 발표하는 당일 8월24일 아침에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예산실장을 임명했다"며 "청와대가 예산을 편성하고 싶은데 ‘예산실장이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배가 산으로 갈까 봐’ 인사검증 명목으로 발령을 늦추고, 청와대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 지금 우린 국가적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닥쳐 있다"며 "경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이 경질되었는데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기조는 바꾸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