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이란혁명수비대 선박" 동영상 공개…전운 감돌며 7월 인도분 WTI 가격 2% 올라
  • 오만海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직후 폭스뉴스의 속보 장면. 미군이 영상을 공개한 뒤 이란의 소행임이 드러났다. ⓒ美폭스뉴스 관련속보 화면캡쳐.
    ▲ 오만海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직후 폭스뉴스의 속보 장면. 미군이 영상을 공개한 뒤 이란의 소행임이 드러났다. ⓒ美폭스뉴스 관련속보 화면캡쳐.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받았다. 같은 날 미군 중부사령부는 유조선에 접근해 불발한 기뢰를 수거하는 선박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했다.

    유조선 피습 소식이 알려진 뒤 국제 석유가격은 한동안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2.2% 오른 배럴당 52.28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북해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이 61.31달러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배럴당 2.23% 오른 수치다.

    공격받은 유조선 모두 일본으로 가던 중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공격받은 유조선은 마셜아일랜드 선적의 노르웨이 선사 소속 원유 운반선 ‘MT 프런트 알타이르’호, 파나마 선적으로 일본업체 고쿠카산업이 용선(傭船)한 ‘고쿠카 커레이져스’호 등 2척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MT 프런트 알타이르’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루와이스 정유공장에서 나프타와 원유 등을 싣고 일본으로 향하던 중이었고, ‘고쿠카 커레이져스’호도 카타르 메사이드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메탄올 등 여러 가지 석유제품을 싣고 일본으로 가던 중이었다.

    ‘MT 프런트 알타이르’호 승조원 23명은 인근을 지나던 ‘현대 두바이’호가 모두 구조했다. ‘고쿠가 커레이져스’호도 승조원 21명 가운데 한 명만 경상을 입고, 전원 무사히 퇴함했다.
  • 유조선 피격 이후 이란이 발뺌을 하자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영상. 피격된 유조선 옆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형선박이 포착됐다. ⓒ美중부사령부 공개영상.
    ▲ 유조선 피격 이후 이란이 발뺌을 하자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영상. 피격된 유조선 옆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형선박이 포착됐다. ⓒ美중부사령부 공개영상.
    공격 수단은 '함포'나 '어뢰' 아닌 ‘기뢰’

    일본 NHK에 따르면, 고쿠카산업 측은 “3시간 사이에 두 차례의 포격을 받았는데, 첫 포격은 선체 좌현 고물(왼쪽 뒤편)에 맞아 엔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두 번째 포격이 선체 중앙에 명중해 결국 배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인터탱코 측은 ‘MT 프런트 알타이르’호는 흘수선(배가 물에 잠기는 부분) 아래 엔진실 부근을 공격당했다며 “이는 조직적으로 준비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유조선 피격 소식 직후 공격주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지만,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이란의 소행임이 확인됐다.

    영상에는 작은 선박에 탄 한 무리의 남성들이 유조선과 거리를 좁히고, 그 중 한 명이 선체에 붙은 삼각형의 물체를 떼어내려 시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란 측이 피격당한 유조선에 접근해 불발된 기뢰를 떼어내는 장면이었다. 유조선 공격 발생 4시간 뒤에 촬영된 영상이다.

    폭스뉴스도 “이란 군함이 ‘고쿠카 커레이져스’호에 부착된 불발 기뢰를 제거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이란 군함이 유조선에 붙어 있던 불발된 기뢰를 최소 1개 이상 제거했다”면서 “삼각형 기뢰는 지난달 오만에서 4척의 유조선에 피해를 입힌 것과 같은 종류였다”고 전했다.

    미군 관계자는 “피해 유조선 주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선박이 발견됐는데 선원들은 제복을 입지 않았고, 국적 표시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선박은 ‘고속연안공격정(FIAC)’이라는 것으로, 이란이 페르시아만에서 미군을 위협할 때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미국과 동맹에 대한 노골적 공격”
  •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을 공격한 지점. 이 지역에서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을 공격한 지점. 이 지역에서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유조선 피격을 “미국과 동맹국을 향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하는 석유 공급망의 흐름을 끊으려 노력하는데, 이는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며 “미국은 이 지역에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대행도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이 지역에서 계속 노골적인 도발을 하며 국제안보와 평화를 위협하고, 공해에서의 자유항행권을 공격한다”면서 “미국은 무력충돌을 원하지는 않지만 국익과 군대를 지키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조선 피격세력으로 몰린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14일 트위터에 “미국 정보기관(CIA)과 이스라엘 모사드야말로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용의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미군 중부사령부의 영상으로 거짓말이 됐다.

    이란의 민간 상선 공격…미국과 사우디, 이란과 전쟁 명분 충분해져

    13일의 유조선 공격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소행으로 밝혀짐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주변지역에서는 전운이 감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강력히 비난했다. 피해 당사자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현재 이란을 방문 중이다. 아베 총리가 유조선 피격과 관련해 이란 측에 어떤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법은 어떤 경우라도 민간선박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금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으로 노르웨이·마셜아일랜드·일본·파나마를 직접 공격한 셈이 된다. 이들의 동맹국인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명분은 충분해졌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버리고 세계대전에 참전한 결정적 계기는 1915년 2월 독일제국의 ‘무제한 잠수함작전’이었다. 당시 독일은 새로 개발한 잠수함 'U보트'로 영국의 보급선을 끊겠다며 민간선박을 무차별 공격했다. 그러다 1917년 미국 상선을 침몰시킴으로써 미국의 전면적인 참전을 초래해 결국 패전국으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