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언론 “기자 1명 중상”…홍콩 친중파 ‘도주범 조례’ 직권상정 실패
  • 중국이 요구하면 홍콩 내 범죄 용의자 송환은 물론 홍콩을 찾은 한국인까지 북한으로 끌려갈 수도 있는 ‘도주범 조례’를 놓고 결국 무력충돌이 벌어졌다. 오늘 오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격을 예고한 시위대는 오후 3시 30분 행동을 개시했다.

    공격이 예고된 뒤 경찰들은 출입을 통제한 입법회 의사당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고무탄을 쏘는 총으로 추정되는 물체, 최루액이 가득 찬 유류 통을 든 경찰들이 의사당 안을 누비거나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앞서 오후 2시 30분 무렵에는 입법회 의사당에서 300미터 떨어진 중국 인민해방군 부대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일어났다. 입법회 주변에는 정부 청사, 행정장관 집무실, 중국군 부대가 몰려있다. 경찰들은 최루액을 뿌리며 시위대를 어느 정도 밀어냈다.

    오후 3시경 친중파 의원들이 도심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는 TV보도가 나왔다. 그 직후 의사당 안에 있던 민주파 의원들은 취재진을 지하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게리 판(范國威) 의원은 필자에게 셔터문 하나를 가리키며 “이 셔터를 열면 정부 청사로 통하는데, 거의 쓰지 않는 통로다. 이 문으로 친중파 의원들이 탄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고무탄 발사용으로 추정되는 산탄총을 메고 있는 홍콩 경찰. ⓒ허동혁
    ▲ 고무탄 발사용으로 추정되는 산탄총을 메고 있는 홍콩 경찰. ⓒ허동혁
    시위대의 입법회 의사당 공격은 친중파 의원이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뉴스가 어느 정도 알려진 뒤 일어났다. 시위대는 의사당 주변의 철제 난간을 모두 걷어냈다.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거친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겠다”는 경고 피켓을 든 지 몇 초 되지 않아 최루탄을 쏘았다.

    얼마 후 시위대에 있던 노파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경찰들에게 들려 의사당 1층으로 들어왔다. 이 여성과 같이 들어온 민주파 의원들이 “아무 죄도 없는 노인을 왜 거칠게 다루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조금 뒤 충돌 현장에서 쓰러진 경찰도 의사당으로 들어왔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10여 분 뒤 이 경찰은 들것에 실려 의사당 내 응급실로 후송됐다.

    오후 4시 경 경찰들은 대열을 정비하고 경고 후 최루탄 발사를 시작했다. 시위대는 우산을 던지면서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가 최루탄에 대비가 되지 않은 듯 뒤로 물러섰다.
  • 오후 5시 30분 현재 시위대는 의사당 바깥으로 약간 후퇴했지만 여전히 애드미럴티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최루탄 연기가 의사당 내부로 흘러 들어와 매운 공기가 퍼졌다. 그러나 홍콩 경찰이 사용하는 최루탄은 90년대까지 한국 경찰이 쓰던 것보다 약하다.

    현재 의사당은 완전히 봉쇄돼 시위대와 함께 있던 민주파 의원 6명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의사당 내부 인원도 경찰을 제외하고는 출입할 수 없는 상태다. 홍콩 언론에서는 기자 한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입법회는 오후 6시에 예정돼 있던 도주범 조례 직권 상정을 위한 본회의를 열 수 없게 됐다고 발표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