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구“도주범 조례' 반대 나흘째… 통과되면 '탈북자 북송' 법적 근거 마련돼
  • ▲ 입법회 주변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데모시스토 제공
    ▲ 입법회 주변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데모시스토 제공
    중국이 요구하면 홍콩에서 범죄 용의자 송환을 가능케 하는 ‘도주범조례’ 파동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이 법안은 한국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민주파 앨빈 융(楊岳橋) 의원은 필자와 인터뷰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이 홍콩을 방문한 경우 북한이 홍콩정부에 송환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파 진영이 지난 11일 오후 11시 홍콩 입법회에서 집회 예고 후 경찰은 입법회 인근 애드미럴티 지하철역에서 오후 6시부터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민주파 의원들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예외 없이 검문을 실시해 수백 명이 몰려드는 소동이 빚어졌다. 민주파 의원들은 관할 경찰서장을 현장으로 불러 항의했고, 검문은 1시간이 지나 철회됐지만 이 소동은 4시간이나 지속됐다.

    11일 밤이 되면서 사람들이 계속 입법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수백 명이 함께 밤새 릴레이로 찬송가를 불렀다. 찬송가 릴레이는 12일 오전 10시 현재 계속되고 있다.
  • ▲ 어제 밤 입법회 주변 모습 ⓒ허동혁
    ▲ 어제 밤 입법회 주변 모습 ⓒ허동혁
    이날 밤 시위에도 곳곳에서 중국인과 외국인들이 보였다. 시위에 참가한 홍콩 거주 5년차 중국인은 필자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유가 없지만 홍콩에는 자유가 있다. 그런데 홍콩의 자유가 사라져간다. 이를 원치 않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입법회 주변은 12일 오전 1시까지 수천 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기자들이 헬멧과 형광조끼를 입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민주파 계열 최대 정당인 민주당은 11일 밤 시위가 시작되기 전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캐리 람 행정장관은 대규모 충돌을 피하고 싶으면 도주범조례를 철회하라”고 경고했다.
  • ▲ 입법회 안에서 출동준비하는 전경 ⓒ허동혁
    ▲ 입법회 안에서 출동준비하는 전경 ⓒ허동혁
    홍콩 경찰, 11일 밤부터 입법회 출입 통제

    독립파(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재야세력)의 한 단체는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2014년 대만 대학생들이 입법원을 점거, 국민당이 추진한 양안 서비스 무역협정 통과를 무산시킨 ‘해바라기운동’을 재현하자고 독려했다. 양안서비스무역협정은 중국이 당시 여당인 국민당을 재촉해 입안된 법안이다. 이 채팅방에는 무기제조법까지 나도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동이 트자 입법회 주변으로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입법회 주변을 완전히 에워싸고 차량의 출입을 막았다. 친중파 의원들의 입법회 입장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였다. 이윽고 입법회 주변 도로가 시위대로 모두 막혔으며, 입법회의 12일 일정은 도주범조례가 직권상정될 본회의를 제외한 모든 회의가 취소됐다. 본래 캐리 람 행정장관이 12일 본회의장에서 직권상정에 관한 설명을 할 예정이었으나 역시 취소됐다. 애드미럴티 지하철역도 한때 폐쇄됐다.

    입법회 내부는 출입구 한 곳만 남긴 채 모두 폐쇄됐으며, 입법회 직원과 기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의원보좌관도 의원이 지정한 5명만 입장할 수 있다. 입법회 내부는 시위 진압 경찰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며, 시위대 일부는 이날 오후 10시30분 입법회 진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