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고~서울대~유학파 신여성, 두 아들 둔 DJ와 결혼 '파문'… '종신 경호' 논란도
  • ▲ 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조문객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 여사는 지난 10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종현 기자
    ▲ 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조문객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 여사는 지난 10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종현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오후 11시37분 별세했다. 김대중평화센터에 따르면 이 여사의 장례식은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정부는 11일 고인의 업적에 따라 예우하고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은 이 여사 별세에 한목소리로 애도의 뜻을 표하며 추모하는 분위기다. 빈소에는 각계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북유럽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핀란드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 여사님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 민주주의자"라며 "평생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고 토로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배우자를 넘어 20세기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성지도자로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며 "우리 당으로서는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됐던 큰어른을 잃은 슬픔이 크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여권신장과 민주화에 앞장섰던 고 이희호 여사께서 별세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먼저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 곁으로 가셔서 생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이 여사는 지난 3월부터 노환으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았다. 수 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지만, 최근 지병인 간암 등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이며,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종신경호' 1인 입법 논란도

    이 여사는 문재인 정권에서 '황후경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 퇴임 15년이 지나도록 고비용이 드는 대통령경호실의 경호를 계속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는 퇴임 후 10년, 추가 5년 경호를 대통령경호처가 제공한다. 그 이후의 경호·경비는 경찰이 맡는다. 통상적으로 경호처의 경호는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호·경비는 경찰이 맡는다. 

    하지만 이 여사의 경우는 달랐다. 이 여사는 생전 대통령경호실 직원들과 사이가 각별했다. 지난해 2월 현행법상 대통령경호처의 경호기간이 만료되자 이 여사는 경호인력이 경찰로 바뀌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법률상 경호기간은 7년이었지만,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2010년 3년을 늘렸다. 급기야 박 의원은 2012년 경호기간을 종신으로 늘리자는 법을 내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가 10년 동안 같이 지낸 경호실 사람들과 헤어지기 어려워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법안 발의 배경"이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 한 사람을 위한 1인 입법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법은 2013년 김진태 의원 등 당시 여당 의원들의 반대 의견에 따라 '5년 추가경호 제공'으로 수정 합의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청와대에 이 여사에 대한 경호 중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호 만료 시점인 2월24일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경호가 계속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통령경호처는 "4월2일자로 경찰에 인수인계를 시작했으며, 한 달 내로 이관을 마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文 '법제처 유권해석' 카드 꺼내

    하지만 돌연 문 대통령이 나서서 상황을 뒤집었다. 이 여사 경호를 경찰에 이관하지 않고 대통령경호처가 당분간 계속 수행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여사가 경호원들과 각별한 사이임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지난해까지 기일마다 이 여사를 찾아 위로했다. 기일 외에도 대선 출마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이 여사를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시의 근거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그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의 경우 경호처가 경호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조항의 의미에 대해 해석 논란이 있다면 법제처에 정식 문의해 유권해석을 받길 바란다”고 공을 법제처로 떠넘겼다. 당시 법제처장은 김외숙 변호사로, 1992년부터 문 대통령과 법무법인 '부산'에서 인연을 쌓은 측근이다. 김 처장은 "경호기간 15년이 지나도 경호처가 계속 경호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진태 의원은  "대한민국 법치(法治)는 죽었다"며 "대통령이 법 해석도 혼자 다 한다. 아무리 국회에서 반대를 하고, 법대 교수들이 문제제기를 해도 소용없는, 독재도 이런 독재가 어디 있느냐"고 한탄했다. 

    김 의원은 “지금도 청와대 경호가 가능하다면 경호기간을 연장하려는 법 개정안은 뭐하러 냈나”라면서 “손명순 여사까지 전직 대통령 영부인들이 다 기간이 지나 경찰 경호를 받는데, 이희호 여사만 청와대 경호가 필요한 요인이고 손명순 여사는 일반인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