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상 망친다" 닭 사육 금지…주민들 달걀·고기 얻으려고 '벙어리 닭' 만들어
  • ▲ 2016년 11월 자유아시아방송이
    ▲ 2016년 11월 자유아시아방송이 "평양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에서 가축을 키운다"며 소개한 오리 사육 모습. ⓒ자유아시아방송 관련보도 화면캡쳐.
    평양에서 키우는 닭은 울지 못하는 ‘벙어리닭’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이 ‘벙어리닭’은 목젖을 뜨거운 물로 마비시켜 만든다고 한다.

    RFA는 “북한 당국이 혁명의 수도인 평양에 대한 인상을 망친다며 아파트에서 가축 사육을 금지하자 주민들이 이런 기술을 고안해 냈다”고 전했다. 평양의 아파트에서 닭과 오리 등을 키운다는 소식은 2016년 11월 RFA가 이미 보도한 바 있다.

    “병아리 목젖에 뜨거운 물 부어 ‘벙어리닭’ 만들어”

    RFA가 중국 단둥에서 접촉한 평양 시민은 “요즘 평양에서는 닭이 울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 개발돼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병아리의 목젖에 뜨거운 물을 주사기로 쏘면 후두에 화상을 입으면서 쉰 목소리를 내거나 전혀 소리를 못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 시민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가축은 닭이다. 많은 공간이 필요 없고 빨리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 소식통은 “평양의 아파트에서 닭이나 오리를 기르는 행위가 만연하자 시 인민위원회는 수도의 권위를 훼손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인민반장을 통해 가축사육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주민들은 이에 대처해 가금류의 후두를 마비시키는 기술을 고안해 냈고, 과거 가축을 기르다 단속됐던 사람들도 이 기술을 이용해 다시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의 다른 소식통은 “평양 시민들이 아파트에서 닭이나 개를 기르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서도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가 많다는 낙랑구역 통일거리 일대에서 가축을 가장 많이 기른다. 이곳에 지어진 현대적 아파트에는 넓은 방마다 베란다가 딸려 있어, 여기에 2단 닭장을 짓고 닭 등을 기른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장마당에서 수십 마리의 병아리를 구매한 뒤 반드시 병아리 입을 벌려 뜨거운 물을 주사기로 쏜다”며 “목젖에 화상을 입은 병아리들은 이후 어미닭이 돼 시장에 팔릴 때까지 울음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평양 시민들, 고기·달걀 얻으려 닭 키워

    평양 시민들이 아파트에서 닭을 기르는 것과 관련해 평안남도 소식통은 “북한에서 달걀과 고기가 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국가에서 특별대우를 하는 평양 시민들은 식량·소금·된장 등 기초식품은 당국으로부터 공급받지만 닭고기나 달걀은 명절 때나 구경할 수 있는 귀한 식품”이라며 “특별공급 대상인 당 간부들, 돈이 많은 돈주 외에는 아무리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도 직접 닭을 기르거나 장사를 하지 않으면 고기 맛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평양에서 중심가로 꼽히는 중구역·보통강구역의 아파트 주민들도 베란다에서 닭을 길러 달걀과 닭고기를 얻는다”며 “한 가지 공통점은 평양에서 기르는 닭은 하나같이 소리를 못 내는 ‘벙어리닭’이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평양의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가축을 기른다는 소식은 2016년 11월 RFA가 전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북한 소식통은 “사업차 평양을 찾은 중국인이나 외국인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닭·오리, 심지어 돼지 울음소리가 나자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당시 소식통은 이렇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가축을 기르는 사람 가운데는 은퇴한 노동당 간부나 사법기관 간부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파트마다 가축 배설물로 인한 악취와 환경오염 등으로 이웃끼리 다툼도 자주 발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