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선거법 위반 소지, MOU 중단해야"… 양정철 "총선과 연결짓지 말라" 일축
  • ▲ 10일 오전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경수(왼쪽) 도지사가 경남발전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방문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 10일 오전 경남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경수(왼쪽) 도지사가 경남발전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방문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더어민주당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지사를 잇따라 만나며 힘 실어주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총선을 1년 앞두고 PK(부산·경남) 지역의 지지율 하락에 위기감을 느낀 여권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핵심 측근인 양 원장과 김 지사는 10일 경남도청 도지사집무실에서 긴밀한 '업무협약'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먼저 “지사 취임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왔다”며 “경남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양 원장은 “경남발전연구원만큼 경남에 필요한 중요 정책을 축적한 곳이 없다. 형식은 협약이지만, 경남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정책·연구에서 도움을 받으며 중앙정치나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배우러 왔다”고 화답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포옹하고 악수하며 인사한 두 사람은 10분간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뒤, 15분간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김 지사는 도정 복귀 후 최대한 정치적 행보를 자제했으나, 최근 문 대통령과 양 원장을 잇따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잠룡의 건재함'을 드러내보일 수 있게 됐다.

    김경수 "경남 경제활력" 요청에 이해찬 "아낌없는 지원" 화답

    민주당은 전날 이해찬 대표와 김 지사가 서울에서 비공개 오찬회동을 하고 경남현안을 논의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김 지사의 '경남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중앙당 차원의 협력 요청'에 대해 이 대표는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고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경남 창원을 찾아 김 지사를 만난 것도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김 지사는 당시 문 대통령을 1시간25분간 '밀착수행'하며 핵심 측근임을 과시했다.

    양 원장은 특히 드루킹 댓글조작사건으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는 김 지사를 향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협약식 1시간 전 도청에 도착해 일부 취재진에게 “(김 지사를 보면) 짠하고 아프다. 국회의원으로만 있었으면 이렇게 고생을 했을까 싶다. 도지사 되고 차기 주자가 되면서…”라며 “그런 일(드루킹사건)은 선거판에서 일어났을 수 있다. 착하니까 바쁜 와중에 그런 친구들 응대하니까 짠하다”고 말했다. 

    양정철 "큰일 난다… 총선과 연결짓지 말라"

    양 원장은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원과 협약을 통한 각 지역과의 공동정책 개발 내용이 총선 공약으로 이어질지 묻는 질문에 "큰일 난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연구원과 자치단체 연구원 간 잇단 협약 배경 등과 관련해서는 "총선하고 연결짓지 말라"며 "한국당 소속 자치단체에도 (공문을) 다 돌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 원장이 첫 지방 행보로 PK를 택해 '김경수 띄우기'에 나선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연루'라는 약점을 덜어내고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시키는 동시에, 선심성 정책 홍보로 'PK 총선민심 확보'를 노린다는 관측이다. 최근 민주당이 이 지역에 부쩍 신경을 쓰는 행보에 소속 지자체장은 부담감까지 드러냈다.

    양 원장은 오는 11일 부산연구원·울산발전연구원과 차례로 업무협약을 할 계획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과 환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난 5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이 (업무협약을)하는 것인데 나는 바쁘면 못 만나는 것”이라며 “옆에서 어른이 한번 봐줘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라면서 양 원장과 만남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내비쳤다.

    야권에서는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는 양 원장의 '전국투어' 행보에 비판적 반응이 나왔다.

    "양정철 ‘자숙’, 김경수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과연 '문의 남자', 더불어민주당 선거총책다운 광폭 행보다. 세간에 일고 있는 논란에 대해 안하무인, 마이웨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양 원장은 자숙을, 김 지사는 근신을 해도 모자랄 판에 또 다시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부적절을 넘어 불법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국고보조금이 쓰이는 정당 산하의 연구기관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공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는 것은 그 자체로 명백히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 대변인은 이어 "양정철 원장은 불법관권선거 MOU를 즉각 중단하라"며 "총선 준비에 지자체를 줄세우며 법치마저 훼손하고 있는 민주당과 민주연구원장은 즉시 행위를 중단하고 지금까지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런데 선관위가 어떻게 하고 있나. 이 부분에 대해서 그냥 꿀 먹은 벙어리"라며 "실정법 위반 즉,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하고 그러한 내용이 밝혀지면 검찰에 강력하게 고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