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공격' '오락가락 정책' 등 무리수… '사고' 친 이재명‧김경수 보다 선호도 낮아
  •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DB
    박원순 서울시장이 ‘잠룡’으로서의 존재감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다. ‘추락하는 용’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언제 날아본 적은 있었나”란 비아냥거림까지 들린다. 지난해 서울시장 3선에 성공했지만,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는 고전이 이어진다.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여권 ‘잠룡’으로 언급되기에는 무안한 수치다. 심지어 각각 ‘친형 강제입원’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으로 법정에 섰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도 밀린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주요 정치인 12명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p)에서 박 시장은 4.7%로, 황교안‧이낙연‧이재명‧유승민‧김경수에 이은 6위를 기록했다. 정계복귀설을 부인한 유 이사장이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7위다. 유 이사장은 그동안 줄곧 2~3위를 유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추락하는 용? 날아본 적은 있었나” 비아냥

    특히 박 시장이 이‧김 지사보다 뒤처진 점이 눈에 띈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 관련 1심에서 무혐의를 받은 후 지지율이 반등, 이번 조사에서 2.9%p 오른 10.1%를 얻었다. 드루킹 댓글조작 공범으로 유죄를 받아 법정구속됐던 김 지사도 박 시장보다 0.1% 높은 4.8%다. 박 시장 뒤에는 근소한 차이로 홍준표(4.5%)‧심상정(4.3%)‧나경원(3.2%) 등이 있을 뿐이다.

    박 시장의 지지율이 6%대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한 달 전인 지난 4월30일에도 5.2%의 지지율을 받아 6위(리얼미터)를 기록했다. 박 시장이 2017년 대선 당시 출마를 중도포기한 것도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낮은 지지율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컸다. 당시 박 시장의 지지율은 고작 4%대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2022년 20대 대선에서도 박 시장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지도에 비해 원내외 세력이 작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박 시장은 3선이지만 여의도 정치경험이 전무해 원내 세력이 매우 작다. 더욱이 박 시장은 민주당 내 ‘비주류’인 비문(非文)이어서 당내 지지기반도 뚜렷하지 않다. 반면 이재명 지사가 각종 스캔들에 연루된 후에도 잠룡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던 것은 당내 지지층이 견고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박 시장의 3선이 ‘자력’보다 ‘운’이었다는 시각이 크다. 2011년 서울시청에 첫 입성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양보’로 범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현재까지도 당시 두 사람의 단일화에 대해 ‘양보 프레임’이 제기돼 두고두고 정치인생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박 시장의 행정력까지 자주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상황에서 서울 중심지인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발표한 게 첫 화근이었다. 박 시장은 추후 “전면 보류”라며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잦은 정책 보류, 번복… ‘행정역량’도 도마에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철거문제로 갈등을 빚던 청계천-을지로 일대 노포들을 보존하겠다며 하루아침에 방침을 뒤바꿨다. 청계천-을지로 개발계획은 박 시장 재임기간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수년 간 추진된 정책이었다.

    이 논란 1주일 뒤에는 ‘광화문광장 조성안’을 놓고 또 논란을 일으켰다. 박 시장은 당시 이순신 장군 동상 이전계획을 발표하며, 그 자리에 ‘촛불’을 상징화한 이미지를 새긴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시민들이 원하면 당연히 존치할 것”이라고 한 발 뺐다.

    체급 키워보겠다?... 뜬금없는 황교안 비난

    상황이 이쯤 되자 박 시장도 조급해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박 시장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각을 세우는 게 ‘존재감 어필’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크다. 황 대표의 카운터파트를 자처해 자신의 체급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것.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 6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박 시장이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건 1등과 대립각을 형성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 시장이 존재감 어필을 위해 굵직한 정책을 이슈화하는 것 같은데, 지나치게 감성에 치우쳐 ‘무리수’를 던질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황 대표를 “공안의 후예”라고 지칭하며 대립각을 형성했다. 또 “검사를 계속했으면 황교안 대표 같은 공안검사가 됐을지 모르겠지만, 사람 잡아 넣는 일에 취미가 없어 사표를 냈다” “황교안 대표가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쓴 것과 달리 폐지론을 썼다”고 발언하는 등 황 대표와 자신을 비교하는 경우가 잦았다.

    다만 박 시장은 지난달 22일 MBC 라디오에서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황 대표를 비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대선이 3년이 남았다. 벌써 그런 얘기 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