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90세 노병 '감동' 장례식… "추모해 달라" 호소에 美시민 수천명 참석
  • ▲ 지난 25일(현지시간) 신시내티 스프링 그로브 공동묘지에서 엄수된 故헤즈키아 퍼킨스 씨의 장례식. 가죽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참전용사 오토바이연합' 회원들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5일(현지시간) 신시내티 스프링 그로브 공동묘지에서 엄수된 故헤즈키아 퍼킨스 씨의 장례식. 가죽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참전용사 오토바이연합' 회원들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는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는 메모리얼데이임을 실감케 하는 사건이 일어나 눈길을 끌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한 90대 한국전 참전용사의 장례식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민 수천 명이 미국 전역에서 몰려와 그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헤즈키아 퍼킨스. 90세로 세상을 떠난 그의 장례식은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스프링그로브 공동묘지에서 열렸다.

    묘지관리소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한국전 참전용사인 퍼킨스의 장례식에 참석해 추모해주지 않겠느냐”는 호소문을 올렸다. 묘지관리소는 글에서 “퍼킨스는 20년 전 이미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비용도 미리 냈지만, 다른 곳에 사는 그의 가족은 건강문제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며 “가족들은 군이 장례를 치러즐 것을 요청했고, 우리는 그의 관을 들기로 했다. 25일 장례식에 참석해줄 시민을 찾는다”고 호소했다.

    이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오자 관련 소식은 지역 언론이 보도한 데 이어 SNS를 통해 순식간에 미 전역으로 퍼졌다.  25일 장례식이 시작될 무렵 수천 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제복을 입은 퇴역군인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하는 백파이프 연주자가 장례행렬에 동참했고, 미국 전역에서 무연고 참전군인의 장례식을 돕는 것으로 유명한 ‘참전용사 오토바이연합(Combat Veterans Motorcycle Association)’ 회원 수백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행렬을 호위했다.

    입관식 때는 육군이 파견한 장병들이 성조기를 접어 가족 대신 묘지관리소 직원에게 전달했다. 건강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파킨스의 딸은 생중계 동영상으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스프링그로브 묘지관리소 측은 장례식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신시내티 시민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참석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같은 시간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실종자 가족 50명은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보훈처는 매년 미군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을 선발해 한국에 초청하는 행사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