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감수하면 그 이상 취할수 있는 조치 없어… 검찰, 집행 안하면 그만"
  •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뉴시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일곱 차례나 불출석하면서 법원의 구인영장 ‘무용론(無用論)’이 제기됐다. 구인영장 역시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으면 집행이 어려운 데다, 집행기관이 검찰이기 때문에 검찰에 불리한 증인은 소환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인영장을 재발부하고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재신문기일인 오는 29일에도 불출석하면 7일 이내의 감치(監置)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번 조치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김 전 기획관이 또 다시 출석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구인영장 재발부에도 출석 여부 '불투명'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월부터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기일을 총 일곱 차례나 잡았으나 김 전 기획관은 모두 불출석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이 받는 주요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해 3월 검찰 조사에서 삼성 뇌물수수 혐의, 공직 임명 대가 뇌물수수, 국정원 특활비 수수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전반에 대해 자백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기획관이 재신문기일로 지정된 오는 29일에도 출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법원의 구인영장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고의로 출석을 거부하는 김 전 기획관이 법정에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151조는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 과태료 최고 500만원과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과태료를 감수하고 증인출석을 거부하는 경우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가 없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구인영장이라는 것이 지정된 신문기일에 경찰이 거주지로 가서 증인을 데려오는 것”이라며 “소재지가 파악이 안 될 경우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감치조치도 효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소재가 파악되거나 법정에 나왔을 때에야 감치할 수 있는데, 김 전 기획관의 경우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는 데다 법정에 나오는 것도 거부하는 상황이다.

    안 변호사는 “일곱 차례나 증인출석을 거부해 감치명령까지 받는 것은 재판 유례상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소재지도 모르고 법정에도 나오지 않는데 감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인영장이라는 것도 한정된 기간이 있기 때문에 버티면서 시간을 보내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구인장 집행기관' 검찰, 불리한 증인엔 소극적

    일각에서는 구인영장의 집행기관인 검찰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기획관이 증인으로 나와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전 부회장과 진술 불일치 등을 들어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며 항소심 재판에서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24일 법정에서 “김 전 기획관의 증인출석과 상관없이 항소심 재판절차가 종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이 치매 소견을 받은 김 전 기획관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아들 김모 씨와 결탁해 김 전 기획관의 출석을 막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인물들은 범죄혐의가 있음에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 역시 이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면 뇌물 공여자가 된다”며 “유일하게 기소된 김 전 기획관 역시 1심에서 뇌물 혐의는 무죄, 국고손실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판결됐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재판부는 검찰에 구인영장을 제대로 집행하라고 주문했지만 과연 검찰이 이를 이행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