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 "위대한 배우" 송강호에 경의
  •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주연배우인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고 황금종려상을 건네고 있다. ⓒ앤드크레딧
    ▲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 주연배우인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고 황금종려상을 건네고 있다. ⓒ앤드크레딧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 25일 저녁 7시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폐막식에서 봉 감독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시상자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 ▲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앤드크레딧
    ▲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앤드크레딧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안은 봉 감독은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준비를 못했다.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며 소회를 밝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고,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최세연·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이고,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며 주연배우인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 ▲ 배우 송강호(좌)와 봉준호 감독. ⓒ앤드크레딧
    ▲ 배우 송강호(좌)와 봉준호 감독. ⓒ앤드크레딧
    이날 봉 감독과 함께 폐막식을 찾은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들께 이 영광을 바친다”는 말로 동료, 선·후배 배우들에게 공로를 돌렸다.

    송강호로부터 마이크를 돌려받은 봉 감독은 “가족에게 감사하고, 나는 그냥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며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 ▲ 배우 송강호(좌)와 봉준호 감독. ⓒ앤드크레딧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만장일치로 <기생충>을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결정한 데 대해 "<기생충>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그리고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영화제 내내 유력하게 점쳐졌다. <기생충>이 프랑스 시간으로 지난 21일 오후 10시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후 국내외 언론과 평단,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봉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과 예측불허의 상황 설정, 위트 있는 대사,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것. 

    실제로 영화 상영 직후 국내외 언론들은 “봉준호 감독 작품 중 최고의 작품” “현대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낸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경의를 표했다.
  • ▲ 봉준호 감독. ⓒ앤드크레딧
    ▲ 봉준호 감독. ⓒ앤드크레딧
    실제로 <기생충>은 공개 직후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부여했다. 

    20개국 기자와 평론가들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주는 등 다수 매체에서 최상위 평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힙입어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역대 한국영화 최다판매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대한민국 영화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그간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기생충>을 포함해 총 17편의 작품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가운데 다섯 편의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이 여우주연상(전도연), 2009년 <박쥐>(박찬욱 감독)가 심사위원상, 2010년 <시>(이창동 감독)가 각본상을 받았다. 그리고 <기생충>이 마침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 ▲ 지난 21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상영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앤드크레딧
    ▲ 지난 21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상영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앤드크레딧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봉 감독은 다시 한번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모두  21편. 황금종려상을 한 번 이상 수상한 감독(장 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 테런스 맬릭,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작품이 무려 5편. 여기에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거장' 마르코 벨로치오까지. 그 쟁쟁한 이름들 중에서 칸의 선택은 봉준호였다. 봉 감독의 수상은 이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얻어낸 결과라 더 값지다는 평가다.

    봉 감독은 2006년 영화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옴니버스 영화 <도쿄!>(2008년)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데 이어 김혜자·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2009)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다시 초대됐다. 

    이어 2017년에는 영화 <옥자>로 처음 경쟁부문에 올랐고, 2년 만인 올해 영화 <기생충>으로 연이어 경쟁부문에 진출, 마침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사진 및 자료 제공 = 앤드크레딧 / ㈜바른손이앤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