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교조 합법화 꼼수"… "총선 감안해 노동계 끌어안기" 해석도
  • ▲ 전교조 조합원들이 참가한 민주노총 집회. ⓒ정상윤 기자
    ▲ 전교조 조합원들이 참가한 민주노총 집회. ⓒ정상윤 기자
    정부가 해고·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3건을 비준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여야는 충돌했다. 민주당은 전교조를 염두에 두고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고 환영한 반면, 야당은 "전교조 합법화 플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가 ILO 핵심협약에 대해 국회 비준 추진 의사를 밝혔는데, 국회는 마땅히 이에 대해 논의하고 법적·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노동 존중 사회로 한 걸음 더 전진해 새로운 길이 열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으로 올해 결성 30주년을 맞는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며 "정부는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비준을 추진하는 협약 3건은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29호(강제노동금지)다. 국내법과 상충된 내용의 조약을 비준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전교조는 해직자 조합원이 있어 '법외 노조' 상태인데, 해직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87호 협약이 비준되면 합법 노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무산된 상태에서 정부가 비준을 밀어붙이겠다고 나선 데다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산업 현장에 미칠 파장도 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환심을 사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박근혜 정부가 낳은 '적폐'라고 보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2013년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권력 행사로 인해서 법외 노조가 된 전교조가 6년 지난 지금도 법외 노조로 남아 있다"며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의 산물이자 대표적인 적폐인 전교조 법외 노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ILO 협약 비준에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강성 귀족노조의 국내 경제 발목 잡기를 극복하기도 힘든 상황에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용기 "ILO 비준 강행, '민노총에 포획된 정권' 고백"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ILO 비준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보복 문제를 거론하는데, 정작 관련 협정문을 보면 'ILO 비준을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을 뿐"이라며 "이를 근거로 비준을 강행하려 한다면 이 자체가 견강부회"라고 꼬집었다.

    정 정책위의장은 "ILO 비준 강행은 이 정권이 철저하게 민주노총에 편향된 채 민주노총에 포획된 정권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의원은 성명을 통해 "전교조는 법외노조처분이 법원 판결로 뒤집힐 가능성이 없자 정권을 겁박하고, 문재인 좌파정부는 정권 친위대인 전교조를 합법노조로 만들어 주기 위해 꼼수를 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도 "정부의 방침은 결국 민주노총, 전교조 등의 촛불 영수증에 떠밀려 무리를 하는 것으로 오해되기에 충분하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종철 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ILO 협약을 비준한 나라들에 우리 상황을 비추어 보면 노조 측이 양보해서 수정해야 하는 사항도 있는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특히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강성노조의 불법 폭력 행태는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