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마침내 '봉준호'라는 장르 탄생…자극적이면서도 아름답다" 극찬
  • 개봉 전부터 국내외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현지시각으로 21일 오후 10시, 칸국제영화제(Canne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Lumiere Grand Theater)에서 첫 상영됐다.

    공식 상영회에 앞서 진행된 레드 카펫 행사에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7명의 배우들이 참석해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깔끔한 턱시도로 수려한 외모를 뽐낸 남자 배우들(송강호, 이선균, 최우식)과 아름다운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여자 배우들(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은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레드 카펫에 등장했다. 그러나 곧바로 분위기에 적응한 듯 전세계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에 미소로 화답하며 자신들에게 쏟아진 시선을 마음껏 즐기는 여유를 보였다.
  • 영화가 시작되자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력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 ▲위트 있는 대사들이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메운 2300여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영화 상영 중 관객석에서 터진 웃음과 탄성, 그리고 이례적으로 터져 나온 두 번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는 관객들이 '기생충'에 얼마나 몰입하며 관람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 불이 켜지기 전부터 1분 여간 지속된 박수는, 불이 켜진 뒤에도 7분간 '기립 박수'로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봉준호 감독은 환한 미소와 함께 객석을 향해 양팔을 들어 올려 손 인사를 하는 등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우들 역시 박수가 이어진 8분여 시간 동안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봉준호 감독이 "감사합니다. 이제 밤이 늦었으니 집에 갑시다"라는 멘트로 재치있게 상영회 행사를 마무리했다.
  • 관객도 외신도 해외 배급사도 "원더풀"

    상영이 끝난 후 크리스티앙 쥰 칸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기생충'의 배급을 결정한 전 세계 배급사들 역시 다채로운 호평을 쏟아냈다. 북미 배급을 결정한 네온(Neon)은 '기생충'에 대해 "보편적이고 깊은 메시지를 지녔다"며 "매우 재미있고 자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영화"라는 평가를 내렸다.

    폴란드 배급사 구텍 필름(Gutek Film) 관계자는 "역시 거장다운 아슬아슬한 영화적 줄타기"라며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강렬한 스릴러가 잘 조화된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평하는 한편 "칸 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이 웃기고 긴장시키는 영화는 오랜만이다"라고 전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지역 배급을 맡은 매드맨(Madman)은 "'기생충'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은 풍자이자 환상적인 영상미와 대담한 미장센, 배우들에 대한 최고의 디렉팅이 담겨진 봉준호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전했다.
  • 해외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르몽드는 "현실에 대한 발언을 담은 영화를 만드는 필름메이커인 봉준호가 특유의 다양한 면을 지닌 천재성에 충실하면서도 '가족영화'의 전통에 자신을 적응시켰다"고 호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라며 "2003년 '살인의 추억' 이래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라고 추어올렸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기생충'은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라고 말했고,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활력 있고 타이트하게 조율된 코미디인 '기생충'은 무척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철저한 완성도를 가진 스토리로, 정점으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을 보게 한다"고 호평했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전작들을 모두 합쳐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한 꾸러미로 보여준다"며 "'기생충'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가 더 이상 봉준호의 작품을 기존에 있던 분류 체계에 껴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허용해 준다는 점이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버라이어티는 "단일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들로 유명한 이 장르 변주의 신은 코미디, 호러, 드라마, 사회적 발언, 크리처 영화, 살인 미스터리, 채식주의의 성명서와 같이 장르의 계단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밟아왔다"며 "'기생충' 또한 이 리스트의 절반 이상에 해당할 구간을 오가지만 우리가 보아왔던 그 어떤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라고 밝혔다.

    BBC는 "봉준호의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부족했던 모든 것이다. 촘촘하고 오락적이며, 완벽한 페이스를 보여준다. '기생충'을 보며 당신은 웃을 것이고, 비명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손톱을 물어뜯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더 가디언은 "봉준호가 호화로운 볼거리와 풍자적인 서스펜스 드라마로 칸에 귀환했다"는 호평을 이어갔다.
  • 이날 '기생충' 공식 상영회를 찾은 베니스영화제 엘레나 폴라키(Elena Pollacchi) 프로그래머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그만의 세계관 안에서 예상치 못한 것을 보여준다"며 "'괴물'과 '설국열차'에 무언가 새로운 게 더해진 듯한 느낌. 보는 내내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영화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영화 '기생충'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항상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는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로,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온 봉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여전히 봉준호다우면서도 새롭게 진화한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보여준다.
  • [사진 및 자료 제공 = 앤드크레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