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 고위 관리들, 비핵화 협상 실패→ 北 핵실험→ 美 무력 가능성 잇달아 제기
  • ▲ 2017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만족하지 않고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라는 경고를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 데 만족하지 않고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라는 경고를 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대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덕분에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올해 말까지는 계속되겠지만, 협상이 실패할 경우 내년에는 2017년과 같은 긴장국면이 조성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6일 전직 미 고위관리의 미·북 비핵화 협상 분석을 소개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대량살상무기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외교적 활동이 올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문제에 대해 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특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방식의 북한 비핵화를 선호하지 않는 볼턴 보좌관의 조언을 계속 들을 경우 희망은 크지 않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북 간 갈등이 커질 수 있으며, 결국 올해가 ‘재앙’을 막아야 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북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내년에는 2017년과 같이 북한이 더 많은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이고, 미국은 이에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려 하는 등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비핵화 협상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북한은 추가 제재와 2017년 같은 갈등과 긴장을 원하지 않는 만큼 대화는 하겠지만 급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미국 측의 실무협상 요청에 대응하지 않는 게 그 근거”라며 “이는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는 등 트럼프와 약속을 깨겠다는 김정은의 협박을 더욱 그럴 듯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방법으로, 내년 대선이 임박해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게 김정은의 생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다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을 한다면 미국은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고, 이는 곧 외교적 방식의 비핵화는 끝나는 것”이라면서도 “이 같은 도발은 중국과 러시아마저 북한에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인 만큼 김정은이 현재 상태를 깨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올 연말까지는 더 큰 도발을 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갈루치 전 특사는 “김정은은 미·북 비핵화 협상 시한을 올해 말까지라고 밝혔다”면서 미국이나 북한이나 지금보다 더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북한 화물선을 압류한 조치도 기존 대북제재를 이행하는 것일 뿐 추가적인 대북압박은 아니다”라면서 “미·북 실무진 간에 접촉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도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정부가 요구하는 일괄타결식 비핵화에 북한이 동의할 리 없으므로 제안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지만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원자로와 재처리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비핵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작은 것을 내놓고 많은 것을 얻으려는 제안을 하는데, 이런 비현실적 주장보다는 그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