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켜면 '통화중' 메시지…연락처 복구되고 원톤 모드"… 경찰 "할 말 없다"
  • ▲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 ⓒ연합뉴스
    ▲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 ⓒ연합뉴스
    손석희(63) JTBC 대표에게 폭행당한 뒤 손 대표를 고발해 경찰 조사를 받은 프리랜서 김웅(48) 기자가 조사 과정에서 경찰의 도·감청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한 뒤 돌려받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통화중으로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뜨는 등 도·감청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14일 김 기자 측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 포렌식계는 3월18일 김 기자가 제출한 개인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을 진행한 뒤 스마트폰을 김 기자에게 돌려줬다.

    디지털 포렌식은 휴대폰이나 하드디스크 등 디지털 증거물을 분석해 수사에 활용하는 기법이다.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해 기기 내부의 모든 데이터를 복원한 후 복사하는 '이미징' 작업을 하는 게 통상적 방법이다.

    카메라 켜니까 "통화중" 메시지

    서울경찰청은 지난 3월 김 기자의 스마트폰을 '이미징' 작업한 뒤 외장하드에 복사했고, '이미징 외장하드'를 밀봉해 같은달 25일 해당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는 마포경찰서로 보냈다. 마포경찰서는 서울청에서 밀봉한 외장하드를 받은 당일, 김 기자 측 변호인과 함께 해당 외장하드 내 파일을 확인했고, '이미징 외장하드'를 밀봉한 후 다시 검찰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 기자가 스마트폰을 돌려받은 2~3일 후부터 자신의 휴대폰에 도·감청을 의심할 만한 오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증거물로 제출한 스마트폰을 돌려받은 2~3일 후부터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오류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했다"며 "민간 포렌식 업체에 문의한 결과, 복제폰에서 주로 나타나는 오류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 측이 주장하는 오류는 △자신이 삭제한 연락처가 복구됐으며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려는 데 '통화 중이라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고 △'원톤 모드(1개의 전화번호로 2대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로 전환한다'는 메시지가 뜬다는 것 등이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서울경찰청이 자신의 휴대폰에서 복사한 데이터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게 김 기자 측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렌식 업계 관계자는 "원톤모드 같은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스마트폰이 정상적 상태가 아닌 것은 맞다"면서 "보다 정확한 것은 스마트폰을 직접 봐야 알겠지만, 포렌식 이후 그런 메시지가 나온다는 것은 포렌식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 측은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 업무 절차와 관련해 자체 규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 측은 "경찰 규정에 의하면 민감한 개인정보가 많은 휴대폰 같은 물품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한 후 수집한 증거를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며 "하지만, 포렌식 이후 경찰로부터 복사한 정보를 삭제했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휴대폰을 도청 또는 감청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어 최근 휴대폰을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 "포렌식 부서에 물어라" vs 포렌식 부서 "답할 수 없다"

    경찰청 훈령 제845호 '디지털 증거 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칙'은 "증거분석관과 수사관은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절차를 완료한 경우 지체없이 보관했던 디지털 데이터를 삭제 혹은 폐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홍보계는 "포렌식 부서에서 답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디지털 포렌식계 안치현 경위는 "디지털 포렌식계는 답변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 내용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최근 손석희 대표의 폭행과 배임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이달 말까지 수사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경찰은 손 대표에 대해선 폭행 혐의를, 김 기자에겐 공갈미수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손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지난 1월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일식주점에서 김 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같은달 18일에는 김 기자와 김 기자의 지인을 만나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용역계약을 JTBC 회사 이름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자유청년연합 등 시민단체는 손 대표가 김 기자에게 계약을 제안한 것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에 해당한다며 배임 혐의로 손 대표를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