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너머’ 연구팀, 함경남도 은산군 유상리 지하 미사일 기지 공개
  • ▲ 美CSIS의 '휴전선 너머' 연구팀이 지하 탄도미사일 기지가 있는 곳으로 지목한 함경남도 은산군 유상리 일대. ⓒ구글 지도 캡쳐.
    ▲ 美CSIS의 '휴전선 너머' 연구팀이 지하 탄도미사일 기지가 있는 곳으로 지목한 함경남도 은산군 유상리 일대. ⓒ구글 지도 캡쳐.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전문연구팀 ‘휴전선 너머(Beyond Parallel)’는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평안남도 은산군 유상리 지역에 있는 북한군 미사일기지를 정밀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2003년부터 16년 동안 공사한 대규모 미사일기지

    유상리기지는 북위 39.449886, 동경 126.259682에 위치한다. 평양 북동쪽 63km, 휴전선과 거리는 150km, 서울 북동쪽 220km, 일본 도쿄 북서쪽 1255km 지점이다. 가까운 마을의 이름을 빌려 ‘밀천리기지’라고도 부른다.

    이 기지는 2017년 5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군이 기존의 군시설을 증축했으며, 지하시설과 김정은 전용 활주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CSIS는 이곳이 북한군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보관소라고 지목했다.

    CSIS에 따르면, 유상리기지는 2003년 5~8월에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 전만 해도 유상리는 6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넘는 공사를 통해 대규모 미사일기지가 지어지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기지가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2016년 들어서다. 일부 소규모 부속시설 공사는 2019년 4월까지 이어졌다. 공사는 북한군 내 특수공병대가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CSIS는 “유상리기지는 북한군 기준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다”고 평했다.

    CSIS는 “다른 미사일기지와 달리 유상리기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다”면서도 “이 기지는 1980년대 후반 또는 1990년대 초반 탄도미사일 운영기지 가운데 하나로 설계된 것으로 보이며, 1990년대 후반 북한군의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된 후에야 제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SIS에 따르면, 유상리기지는 탄도미사일을 관리하는 북한 전략군 소속으로, 2개 여단 또는 그 이상 규모의 부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배치된 미사일의 종류는 불분명하다. 2016년 당시 첩보에 따르면 ‘화성-13형(KN-08)’ ICBM이, 2018년 첩보에는 ‘화성-14형(KN-20)’ 또는 ‘화성-15형(KN-22)’ ICBM이 배치돼 있다.

    CSIS는 “이 첩보가 사실이라면 유상리기지는 북한이 동북아시아와 태평양, 나아가 미국을 핵공격할 때 대단히 중요한 시설”이라며 “이곳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대화에서 핵심적인 협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2017년 7월 지하 탄도미사일 기지를 찾은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7월 지하 탄도미사일 기지를 찾은 김정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개 구역으로 나뉘는 유상리기지

    CSIS 분석 결과 유상리기지는 기능에 따라 본부, 지원구역, 지하시설, 차량 진입이 가능한 미사일 지원시설, 상동(Sangdong) 지원시설, 탑골 주거지역, 고천 주거지역 등 6곳으로 나뉜다. 유상리기지가 처음부터 이렇게 나뉜 것은 아니었다. CSIS가 얻은 2004년 9월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기지 내 시설은 125개의 작은 가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건물은 유상리 마을 북쪽, 북서쪽, 동쪽 등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이후 2012~17년 이뤄진 공사로 본부, 행정시설, 막사, 농업시설, 미사일 정비 구조물 등의 대형건물이 들어섰고,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됐다. 이렇게 조성된 유상리기지 면적은 약 7.1㎢(약 214만 평)에 이른다.

    2013년에는 본부건물에서 북쪽으로 1.1km 떨어진 산에 대형 땅굴을 뚫기 시작했다. 당초 오솔길 수준이던 지역도로는 미사일을 운반하는 차량식이동발사대(TEL)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지고 곧아졌다. 공사는 2018년 말 끝났다. 그러나 땅굴 남쪽지역에 대한 굴착공사는 2019년 현재까지도 계속된다.

    CSIS는 북한군이 이곳에 보관 중인 ICBM을 발사할 경우 TEL에 탑재한 채 여러 지원시설을 지나면서 연료를 주입하고, 탄두를 무장상태로 설정하고, 시스템을 점검한 뒤 곧장 발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SIS는 도로와 연결된 길이 180m, 폭 13m, 남북쪽 출입구가 개방된 채 지어진 건물이 그런 작업을 하는 곳이라고 추정했다.

    “유상리기지 주변 대공방어무기 촘촘히 배치돼 있을 것”

    CSIS는 북한이 유상리기지에 ‘화성-14형’과 ‘화성-15형’ ICBM을 보관하며, 지금까지 발사한 적이 없는 ‘화성-13형’ ICBM도 함께 보관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CSIS는 “이 같은 북한 전략군의 탄도미사일기지 반경 10km에 대공방어망이 확인된 적은 없지만 SA-7이나 SA-14, SA-16 같은 휴대용 대공미사일(MANPADS)을 사용하는 부대와 SA-2 또는 SA-5 대공미사일부대가 방사형으로 배치돼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더해 북서쪽으로 28km 떨어진 북창리 공군기지의 MIG-23 전투기연대, 서쪽으로 31km 떨어진 선천 공군기지 소속 MIG-29와 SU-25 전투기연대도 기지 방어에 합세할 전력이라고 분석했다.

    CSIS는 “이 연구가 탈북자에 대한 광범위한 인터뷰, 각국 정부와 군·정보기관 관계자들과 인터뷰, 공개정보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면서 “다만 유상리기지에서 핵무기와 화학·생물학무기, ICBM이 제조되는 모습을 목격한 게 아니므로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SIS의 지적처럼 유상리기지가 북한 탄도미사일 보관소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위성사진으로 여러 차례 드러난 북한 미사일기지의 형태, 북한군사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 박사의 연구와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분석했다는 CSIS의 연구로 볼 때 북한이 ICBM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물론 이곳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정밀도가 높은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대응방안임을 알 수 있다.